[역경의 열매] 정성자 (1) 하나님의 메시지였던 특별한 내 아이와의 만남

입력 2014-11-24 02:16
지난 6월 장애우 일터인 ‘조스테이블’ 커피숍 서울 극동방송 지점에서 포즈를 취한 캐나다 최대 교육그룹 PCV 정문현 회장과 정성자 권사 부부. 부부는 발달장애가 있던 첫아들 조지프가 곁을 떠난 뒤 ‘조스테이블’ 사역을 시작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여보 아들이야. 우리 첫아들이 태어났어. 하하하….”

“정말 신기하다. 이 손 좀 봐. 호호호….”

남편과 내 얼굴엔 온종일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얼마나 환하게 웃었는지 산부인과 의사가 우리를 쳐다볼 정도였다. 무엇보다 남편과 꼭 빼닮은 자식을 낳았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

1980년 6월 23일 첫아들 조지프(한국명 정홍렬)는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다가왔다. 우리 가정에 가장 좋은 것으로 축복하시려는 하나님의 선물로, 병실 가득히 웃음꽃을 흩뿌리며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이날 우리 부부는 앞으로 펼쳐질 아이의 미래를 그리느라 마냥 행복했다.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만이 가득하길 기도했다. 인간의 삶에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일이 불청객처럼 찾아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에게만은 예외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때론 축복이 시련과 고통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의 계획표와 달리 가혹한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과 이후 그것을 보듬고 가는 과정에서의 아픔, 그리고 세상이 통째로 무너지는 것 같았던 고통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축복이었다고 서슴없이 말하기엔 아직도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면 그 만남은 하나님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말할 수 없이 특별한 축복이었다고 간증하고 싶다.

국민일보 지면을 빌려 내 인생에 찾아왔던 그 특별한 만남에 대해 간증하려 한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벅찬 기쁨으로 찾아와 얼마 안 가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나를 흔들었던 존재, 첫아들 조지프. 결국 하나님이 아니면 도저히 답이 없어 그분에게 절박하게 매달리도록 끊임없이 나를 내몰았던 한 아이와의 시간들을 여기에 풀어놓으려 한다.

재미교포, 신실한 목회자 가정의 차남, 결혼할 짝을 구하러 2주일 휴가를 얻어 잠시 고국에 들른 월급쟁이 총각. 이것이 장차 내 남편이 될 청년 정문현씨의 당시 신상명세였다. 나는 그때 졸업을 몇 달 앞둔 음대생으로 서울 서교동 서현교회에서 예배반주자로 섬기고 있었다. 일찍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남편이 느닷없이 나타났던 그해에도 내 머릿속엔 피아노 공부 생각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과 독일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생각으로 제법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

“유학을 가려면 결혼부터 해라. 혼자서는 절대 해외에 안 보낸다.”

이런 아버지의 엄포가 없었다면 나는 일찌감치 외국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예배반주를 마친 뒤 어머니와 나는 담임목사님(고 박경남 목사)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쭉 살아온 한 청년이 미국이 아닌 조국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교회에서 짝을 찾고 싶어 우리 교회에 들렀다는 말씀이었다. 말하자면 목사님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중매를 서고 계셨던 것이다.

“성자야, 한 번 만나 봐라.”

지금 생각하면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낯선 남자와 맞선 자리에 나갔던 나도, 그런 나의 등을 슬며시 밀던 부모님도 무언가에 홀렸던 게 아닌가 싶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약력=1955년 수원 출생. 서울대 음대 피아노과 졸업, 남가주대 음악대학원 석사, 캐나다 트리니티 웨스턴대 명예인문학 박사. 이탈리아 카살마조레 국제음악캠프 아시아부문 감독, 태평양연안 음악아카데미 여름페스티벌 감독 역임. 2003년 베데스다어머니회 설립. 2013년 캐나다 장애인 지원단체 CLBC ‘와이드닝 아워 월드’ 수상. 현재 캐나다 밴쿠버 시온선교합창단 상임지휘자, 국제구호단체 GAiN 명예대사, 조스테이블(Joe’s Table) 공동대표, 캐나다 밴쿠버 그레이스한인교회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