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기] 진공청소기

입력 2014-11-24 02:10

모터 달린 진공청소기는 1901년 영국인 버트 세실 부스라는 사람이 발명했다. 토목공학자였던 부스는 몇 해 전 런던 엠파이어 뮤직홀에서 열린 신기술 전시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한 미국인 기술자가 쓰레기통으로 먼지를 불어넣는 청소기계를 시연하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청소기계는 실패작이었다. 먼지가 날려 구경꾼들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부스는 먼지를 날리지 말고 빨아들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지만 미국인은 그런 기계는 만들 수 없다고 대답했다.

부스는 흡입식 청소기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얼마 뒤 식당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손수건을 꺼내더니 의자에 깔고 입으로 손수건을 빨아들였다. 친구들은 놀랐지만 부스는 웃었다. 손수건에 입 모양의 먼지 고리가 생긴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부스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진공청소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크고 무거웠다. 웬만한 차량 크기에 40㎏이 넘었다. 인류사를 바꾼 중대한 발명 중 하나였지만 가정용은 아니었다.

진공청소기를 작게 만든 사람은 미국인이었다. 제임스 머레이 스팽글러라는 오하이오주 캔턴 지역에 있는 백화점의 수위였다. 천식환자였던 그는 먼지를 없애는 일이라면 뭐든 할 사람이었다. 그는 1907년 구식 선풍기 모터와 비누상자, 그리고 빗자루 손잡이를 결합해 휴대용 진공청소기를 만들었다. 스팽글러는 1년 뒤 디자인을 완성시켜 특허를 따냈고 이를 사촌인 윌리엄 후버에게 팔았다. 후버는 이후 진공청소기의 대명사가 됐다.

최근 한국인 아내를 둔 미국인이 ‘한국인 엄마를 둬서 행복하다’면서 인터넷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 인터넷을 놀라게 했다. 사진에는 한국인 장모가 진공청소기로 미국인 사위가 입고 있는 옷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장모가 사위 옷에 붙은 먼지를 털어주는 일은 우리에게 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 네티즌들은 “한국인 엄마가 사위를 아들처럼 대하다니 아름답다”며 찬사를 보냈다. 먼지를 빨아들이듯 세계인의 이목을 단숨에 빨아들인 진공청소기의 위력이 신기하고 즐겁다.

김상기 차장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