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출판사 한마디] 한길사

입력 2014-11-24 02:41

나는 지난 6월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라는 제목으로 내 한 해의 일기를 발표했다. 39년째 책을 만들어오고 있지만 책을 만드는 환경은 늘 어렵고 고독하다. 그러나 이 고단한 출판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내가 했던 일, 만난 사람, 꿈꾸고 기획하는 일, 그것이 이루어지는 과정, 또 이루어지지 않는 연유, 고민, 번민, 고독, 그러나 기이하게 다시 발열적으로 생기는 나의 열정, 의지, 투지를 써나갔다. 그렇게 나 자신을 독려하였다.

나의 일기는 나만의 기록은 아니다. 한국 출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적이고 집단적인 기록이기를 원하였다. 책의 문화를 위해 일하는 동시대인들의 기록이기를 감히 원하였다.

늦은 저녁에는 일기를, 이른 아침에는 한강 하류의 마지막 지류인 파주 공릉천과 그 천변에 펼쳐진 들판을 걸으며 큰 호흡을 하였다. 아침공기가 내 정신을 일깨웠다. 늘 책을 만들지만 늘 책 만드는 일터에 있을 때가 나는 가장 행복하다. 나는 늘 ‘한 길’에 서 있는지 모른다. ‘한 길’을 걸어가며 늘 같으면서 다른 질문을 던진다. 답은 같으면서 다르게 던져진다. ‘결국 책이 온갖 장애를 극복할 것이다.’ ‘결국 책이 경계를 허물 것이다.’

나의 오랜 친구인 서예가 하석 박원규는 책의 세계, 책의 정신을 말하는 열두 점의 서예 작품을 선사해주었다. 몇 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독서성(讀書聲): 세상에는 아름다운 소리가 많지만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다.

포서(抱書): 책을 안는다. 한 권의 책을 가슴에 안으면 행복해진다.

상우(尙友): 책으로 옛 사람들과 벗이 된다.

근독(勤讀): 책 읽기를 부지런히 함으로써 세상의 이치를 안다.

권기(卷氣): 아름다운 글의 향기와 책이 뿜어내는 기운, 사람답게 사는 지혜이다.

경의(敬義): 나의 내면을 밝히고 나의 행동을 결단한다.

고주(孤走): 외롭게 달린다. 오직 자신의 길을 쉼 없이 걷는다.

김언호 대표

국민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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