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2010년 도하훈련 중 침수한 전투장갑차의 부실설계 책임을 제조업체에 떠넘기려 한 사실이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방사청은 2007년 기존 장갑차 성능을 개선하고 수상 운행이 가능토록 바꾼 신형 장갑차(K-21)의 ‘국방규격’을 제정하며 양산을 추진했다. 방위산업체 D사는 국방규격에 맞춘 장갑차 120대를 2009∼2012년 총 4500여억원에 납품키로 했다. 육군 20사단은 2009년 납품된 장갑차로 도하훈련을 하다 차체 앞부분의 ‘파도막이’가 휘는 현상을 확인했다. D사는 20사단을 방문해 파도막이 강도를 높이는 등 보완 작업을 했지만 이를 당국에 통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0년 7월 육군기계화학교 훈련 중 K-21 장갑차가 침수돼 부사관 1명이 사망했다. 국방부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설계 미흡’이었다. 국방부는 기존 국방규격을 두 차례 개정했다. D사는 이미 납품한 장갑차 70대를 회수해 새 규격대로 보강했고 나머지 50대도 2011년 8월까지 납품했다.
이후 D사는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방사청은 오히려 납품 지연과 파도막이 부실 책임을 물어 94억9000만원을 계약대금에서 공제했다. D사는 소송을 냈다.
방사청은 D사가 2009년에 파도막이 개선 필요성을 통보했다면 침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 법원은 사고 이전 납품된 장갑차는 국방규격에 따라 제작됐을 뿐이며, 애초 설계 자체가 장갑차의 균형이 맞지 않게 돼 있다는 이유 등으로 D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방사청이 회사 측에 94억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침수 장갑차 부실설계 책임 업체에 전가하려 한 방사청
입력 2014-11-22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