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합의 파행에… 與 사과· 野 맹공

입력 2014-11-22 04:38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혼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과 의사를 표명했지만 합의안 수용은 사실상 거부했다. 김지훈 기자

누리과정(만 3∼5세 보육지원)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누리과정 예산 혼선에 대해 사과했으나 여야 간 잠정 합의가 구속력 있는 합의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지침을 받아 누리과정 예산 합의를 번복했다”며 청와대까지 끌어들여 맹공을 가했다. 여야가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 합의 처리가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누리당, “누리과정 예산 혼선 죄송”=새누리당은 21일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혼선 수습에 주력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여야 간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간 3자 협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잠정 합의했으나 여당 지도부의 추인 거부로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사과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전체를 통할해야 할 원내대표로서 처리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 내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잠정 합의 내용 수용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아 사실상 ‘수용 거부 입장’을 유지했다. 신성범 의원이 교문위 여당 간사직 사의를 표명한 것도 반려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잠정 합의 거부 입장을 공개 천명한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국가예산 전체의 틀 측면에서 (문제를) 풀어가려는 충정으로 받아들인다”고 격려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자 간 잠정 합의를 구속력 있는 합의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합의 번복’이 절대 아니다”며 “잠정 합의 내용을 언론에 흘린 야당의 언론 공작에 당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황 부총리는 새누리당 대표 당시 지도부와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함께했으나 누리과정 등 현안 얘기는 없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새정치연합, “더 이상 협상은 없어”=새정치합은 여권 내부의 혼선에 대해 맹공을 가했다. 비상대책위원회회의에서는 김 수석부대표를 정조준하며 청와대 배후설까지 꺼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비대위회의에서 “원내지도부의 한 사람이 당 대표를 역임했던 주무장관 부총리에게까지 호통을 친 것은 집권당이 나서서 국회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비대위원은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것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여당을 몰아세웠다.

새정치연합은 누리과정 예산 5600억원을 국고 지원하는 내용의 여야 합의안이 최종안이며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새누리당도 잘 알고 있다”며 “일단 새누리당의 연락을 기다리겠지만 만약 끝까지 여야정 3자 합의안 수용을 거부한다면 그건 ‘정치하지 말자’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합의를 최대한 미루다가 예산안 심사 마지막 과정에서 다른 예산과 ‘딜’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여당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윤해 최승욱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