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업무방해나 재물손괴 등 범죄를 약하게 처벌하던 관행이 사라진다. 오히려 취중 범행은 가중처벌 근거로 작용하게 된다.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중요한 산업기술을 훔친 범죄자도 가중처벌을 받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제60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장물, 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손괴, 게임물 범죄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 우선 업무방해와 손괴 범죄에 대해서도 폭력 범죄처럼 음주·약물에 따른 형량 감경을 제한하기로 양형기준을 가다듬었다. 국민 정서에 맞게 만취 상태 자체를 가중처벌하는 이유로 반영하는 내용도 새 기준안에 담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취중에 범행을 했다고 처벌 수위를 낮춰주지 않는 경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또 문화재를 상습적으로 부당 취득한 경우 최대 9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 등 일반 장물이라도 인터넷 광고, 명함 배포 등을 통해 절도를 유발한 경우 가중처벌키로 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에게 폭행·협박으로 합의를 강요하는 경우, 아동학대 상습범인 경우,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 등은 특별히 가중처벌된다. 범죄 피해자가 심각한 생계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역시 가중처벌이 이뤄진다.
위원회는 게임물 범죄를 국민의 건전한 근로의식을 저해하고 도박중독자를 양산해 사회적 폐해가 큰 범죄로 규정하며 처벌 수위를 높였다. 불법·유사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 등의 양형 상한선은 기존 3년6개월에서 4년으로 높아졌다. 단속 대비 시설을 갖추거나 공무원과의 결탁이 드러나면 가중처벌키로 했다. 위원회는 공청회 등을 거친 뒤 내년 2월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취중 업무방해·재물손괴 관대한 처벌 더 이상 없다
입력 2014-11-22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