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타이틀이 솔깃하다. 스타 건축가 조민석(48)의 첫 개인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술전과 건축전을 통틀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주인공이다.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뉴욕 컬럼비아대학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플라토 미술관에서 내년 2월 1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제목은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후’. 매스스터디스는 2003년 설립한 그의 건축사무소 이름이다. 건축가로서 이름을 내걸고 살아온 12년의 삶 자체를 전시한 것이라고나 할까.
서울 서초구 주상복합 ‘부티크 모나코’(2008),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2010), 제주도에 있는 다음카카오 사옥 ‘스페이스닷원’(2011), 경남 남해의 클럽하우스 ‘사우스스케이프’(2013) 등 조민석의 간판 프로젝트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도형과 모형, 드로잉 등을 통해 보여준다. 건축 전시는 밋밋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흑백의 대비 효과와 만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동원해 역동적으로 꾸몄다. 전시의 힘이 느껴진다.
그의 전시는 완성물이 아니라 과정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건축물의 완성 전후를 흑백의 공간으로 나눠 전시했다. 건축가의 손을 떠난 건축물이 건축주에 의해 변형되는 현실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당초 어린이 놀이 시설로 만들어졌던 파주의 ‘딸기 테마파크’(2003) 옥상이 건축주의 관심에 따라 농장처럼 바뀐 게 한 예다.
개인적 사연도 슬쩍 숨겨놓았다. 전시장 벽면의 여의도 스카이라인을 담은 사진엔 그가 설계한 ‘S 트레뉴’와 아버지 조행우씨(건축가)가 설계한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한 렌즈에 잡혔다. 완성 전을 보여주는 비포 공간은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옮겨온 듯하다. 설계도면과 모형이 널려 있고, 서울시청사,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모전 낙선작까지 내걸었다.
전시의 화룡점정은 입구의 링돔(Ring Dome)이다. 750개 훌라후프를 이어 만든 지름 9m의 임시구조물인 링돔은 뉴욕, 밀라노, 요코하마 등지에서 선보여 호평 받았는데, 한국에선 처음 선보인다. 열려있으면서 닫혀 있는 모호한 공간으로 작가적 지향성을 느끼게 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걸작 건축물 탄생 얘기 도형·모형·드로잉 활용 역동적으로 들려준다… 스타 건축가 조민석 첫 개인전
입력 2014-11-24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