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울진 통 큰 양보… 전력 안정 숨통

입력 2014-11-22 02:34

울진 지역 주민들이 신규 원전 건설을 받아들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15년이다. 그 시간 동안 정부가 제시했던 지역 지원금은 600억원에서 2800억원으로 늘어났다. 울진 지역의 양보도 컸다. 초기 요구 지원금 5000억원에서 절반가량 양보했고, 향후 3·4호기 신설에도 협조키로 약속했다. 어렵게 이뤄낸 이번 합의가 원전 건설 자체에 대한 반대로 갈라져 있는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등 다른 원전 건설 예정지 협상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800억원 지원…울진 어떻게 달라지나=21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울진군은 정부가 2800억원 규모의 지역 사업을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2009년 지원금 협상을 시작할 당시 정부는 8가지 사업에 600억원을 제시한 반면 울진군은 5000억원을 요구했다. 이후 5년 가까이 접점을 찾지 못하다 올해 한수원이 기본적인 지역 인프라 사업에 더해 ‘관동8경 대교’ 건설과 종합체육관 건립, 상수도 시설 개선 등을 약속하면서 접점을 찾았다. 지난 2월 별도 협의키로 했던 자립형사립고 건설과 의료 지원 등도 기본 지원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울진의료원 경영 등도 울진군이 주체가 되기로 했다.

울진군이 요구해온 북면장기종합개발 사업에도 46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됐다. 울진군은 이를 통해 부구리 소재 부구천 일대를 친환경 생태공간으로 조성한다. 한수원의 직원 휴양소와 연수원도 한울 원전 인근에 건립된다.

이번 합의로 신한울원전 4기의 건설이 탄력을 받게 되면서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도모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원전의 총 설비용량 2만816㎿ 중(최초 연료장전을 완료한 신월성2호기 포함) 울진에서 상업운전 중인 6개 원전(한울 1∼6호기) 비중은 5900㎿로 28% 수준이다. 이 중 신한울 1·2호기는 설비용량이 1400㎿급으로, 2018년 4월에 준공할 예정이며 신한울 3·4호기는 2023년 9월 준공을 목표로 잡고 있다.

◇원전 건설 원천 반대 삼척 등 갈 길 멀어=그러나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등 ‘동해라인’ 원전 건설 예정지의 진통은 극심한 상황이다. 특히 삼척시는 지난달 주민 투표에서 ‘원전 유치 반대 84.97%’ 결과가 나와 원전 건설 자체를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주민투표는 법적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에 합의를 본 울진처럼 지원금이나 보상 규모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협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원전 4기를 유치할 지역으로 선정된 영덕은 정부의 보상 약속이 원활하게 이행되지 않다는 점에서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다만 원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이 지역의 협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약속한 지역 발전사업 추진에 힘을 더할 계획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날 영덕군을 방문해 지역 주민과 간담회를 가진 것도 이 차원이다. 정 총리는 현장에서 영덕군 내 도시가스 공급망 구축이나 지역 의료서비스 강화, 신항만 개발사업 등 지역민의 요구사항과 관련해 지원 가능한 부분은 조속히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