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다. 개성을 방문한 이 여사 측 실무자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북측이 확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재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여사의 방북 문제 협의차 개성공단에 다녀온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21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여사가) 평양에서 (김 제1비서를) 반갑게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반응에 대해서는 “웃으면서 ‘한다, 안 한다’는 얘기가 없었다”며 “‘윗분의 뜻을 받들어 왔다’고 한 것이 함축적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 여사 측이 육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에 북측이 ‘환영’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이는 김 제1비서의 뜻을 대신 전한 것이기 때문에 ‘방문 허락’ 의사 속에 이미 ‘재회를 원한다’는 뜻이 녹아 있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이 여사와 김 제1비서의 재회 가능성이 일단 커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당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앞서 김 전 장관을 포함한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 7명은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공단에 들어가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와 이 여사의 방북 문제를 논의했다. 북측 대표로 나온 원동연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이 여사가 고령이신데 평양을 방문하신다고 한 것을 굉장히 높이 존중하고 평가한다.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실무접촉에서 평양 방문 경로, 숙소, 영유아 시설 방문 등이 합의됐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이) 육로로 가는 것에 합의했고, 숙소는 예전에 묵었던 백화원초대소로 결정됐다”며 “어린이집, 애육원 등 2곳을 방문하는 것도 북측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북 시기 문제가 합의되지 못했다. 김 전 장관은 “시기와 인원 문제는 조금 더 의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여사님께 보고하고 의논한 다음 2차 실무접촉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여사의 방북 시점은 김 제1비서 면담 여부와 함께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이 여사의 방북이 김 위원장 사망 3주기인 다음달 17일쯤 성사될 경우 북한이 이를 대내외에 선전할 수 있어 정부가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이 시기를 고집할 경우 이 여사 방북이 불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방문 목적이 제일 중요할 것”이라며 “북측에 가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 방북 시기는 언제인지가 정부가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北 “이희호 여사 방북 환영”… 김정은과 재회 가능성 커져
입력 2014-11-22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