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9개 구단이 보호선수 명단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망주들을 보호하자니 베테랑이 빠져 전력 누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생구단 KT 위즈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24일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팀별 보호선수 20명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신생팀의 전력을 높여주기 위한 조치로, KT는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하고 각 팀에서 1명씩을 10억원에 데려오는 특별지명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KT는 일찌감치 큰 돈이 드는 자유계약선수(FA)보다 각 팀의 보호선수 명단을 받아 포지션별 선수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NC 다이노스가 2년 전 특별지명 당시 모창민, 고창성, 조영훈, 이승호, 김태군 등을 데려와 알짜배기로 팀을 꾸린 선례를 본받기 위해서다. NC는 이를 통해 전력을 보강해 창단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적을 일궜다. KT 조범현 감독도 “특별지명으로 온 선수들 위주로 다음 시즌 경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9개 구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2차 드래프트 등에서 유독 다른 팀으로부터 지명을 많이 당한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두산은 이미 팀의 간판이자 베테랑인 김동주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선수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유망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도 이런 결정에 한몫 한 것이 사실이다. 최승준 등 많은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는 LG도 머리가 아프다. LG 양상문 감독은 “고민이 많다. 지금도 계속 짜보는데 머리가 아프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면적인 리빌딩을 준비 중인 KIA 타이거즈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리빌딩을 하기 위해선 잠재력이 풍부한 유망주를 보호해야 하지만 서재응이나 최희섭 등 팀의 간판들을 20인 보호명단에서 뺄 수는 없는 노릇이다. KIA 관계자는 “아직 보호선수 명단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SK 와이번스는 유망주 이건욱을 편법으로 묶어둬 보호하고 있다. 임의탈퇴를 신청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훈련을 시키고 있다. 신인과 군보류선수, 임의탈퇴 선수, FA 신청 선수는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다만 선수층은 두텁지만 FA를 신청한 선수가 많은 삼성은 비교적 여유 있게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20인 보호선수 유망주냐 베테랑이냐… 프로야구 9개구단 명단 작성 놓고 골머리
입력 2014-11-22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