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권 내부의 혼선은 소통 부재와 무능력 그 자체다. 이 사안은 내년 예산안 가운데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주요 현안 중 하나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정책이다.
그런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여야 간사 및 교육부총리의 합의(5600억원 신규 편성)→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번복→여당 내부의 교육부총리 공격→야당의 비판으로 이어지는 20일 낮 두세 시간 동안의 혼선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후유증은 21일에도 이어졌다. 여당은 지방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고 더욱 강경하게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야당은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게다가 합의와 번복 과정에서 여당은 ‘야당의 언론 공작에 당한 것’이라고, 야당은 ‘실세 의원이 밥그릇을 뒤엎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낯 뜨거운 감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예산결산특위의 내년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여야가 대립함에 따라 예산안이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회가 이렇게 돌아가는데 대해서는 여권의 책임이 크다. 덜컥 합의해준 교육부총리나 여당 교문위 간사, 이를 바로 파기해 버리는 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보면 도대체 정치를 올바로 하고 있는지, 핵심 사안에 대해 소통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여당 의원들 사이의, 또는 상임위원과 원내 지도부 사이의 소통부재인지, 당정 간의 문제인지, 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슈퍼갑’ 기획재정부가 거부한 것인지, 아니면 야당 주장처럼 어디서 전화 받고 친박 실세 의원이 거부한 것인지, 여권 지도부는 점검해봐야 한다. 그리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바로 시정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임에도 혼선이 일어난 것은 여권 내부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한심한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집권당이 안정감을 주지 못해서야 어디서 국정혁신의 동력을 얻겠는가.
[사설] 여권의 무능 드러낸 무상보육 예산 혼선
입력 2014-11-22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