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설명은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웹툰을 기반으로 재생산된 드라마, 게임 등 2차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회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을 얻으며 화제를 낳고 있는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을 비롯해 OCN의 ‘닥터 프로스트’, 영화 ‘패션왕’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현재 방영 중이거나 스크린에 걸려 있다.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놀라운 ‘싱크로율’(일치감)이 회자되고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받게 된다.
웹툰은 질적으로도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직장, 학원, 역사, 판타지, 추리 등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를 토대로 작품마다 특징 있는 그림체를 선보이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하루 평균 620만명이 네이버를 통해 웹툰을 본다. 지난 10년간 이 회사의 웹툰 페이지 누적 조회수는 292억4000건(지난 6월 1일 기준)이나 된다. 콘텐츠 업계에서 “대세는 웹툰”이라는 말이 떠돌 만하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제콘텐츠콘퍼런스(DICON·디콘)의 한 섹션으로 ‘세계웹툰포럼’을 개최했다. 웹툰포럼 자체가 세계 최초로 열렸다.
‘인터넷을 통한 만화 혁명: 왜 웹툰인가?’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와 다크호스로 떠오른 레진코믹스 외 미국 최대 디지털 만화 플랫폼인 코믹솔로지(comiXology), 일본 만화책 출판사인 어스스타엔터테인먼트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만화의 세대에서 웹툰의 세대로 넘어가는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만화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며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포럼에 참석한 김준구 네이버 웹툰&웹소설 사업부문 셀장은 “웹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만화를 어떻게 웹으로 보여줄까’가 아니라 ‘모바일에 적합한 새로운 콘텐츠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독자들의 행동을 치밀하게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브렌난 전 마블·DC코믹스 편집장은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오너십(주인의식)을 가지고 스토리를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웹툰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했다.
포럼에는 미리 방청을 신청한 200여명의 일반인이 자리를 메웠다. 준비된 의자가 부족해 서서 강연을 듣거나 한 마디 한 마디 필기하고 녹음하는 등 웹툰을 향한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만화·애니메이션 전공생뿐만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 관심 있는 젊은층과 만화를 원작으로 영상·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업계 관계자 등 참가자들의 소속도 다양했다.
대학생 조수연(24)씨는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분야로 진출하려는 꿈을 갖고 강연을 들었다”며 “한국 만화 콘텐츠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일본·유럽과 비교해보니 더 확신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홍상표 원장은 “전 세계가 한국 웹툰의 스토리텔링, 재현 방식 등에 주목하면서 웹툰이 디지털 만화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것”이라며 “포럼을 정례화해 웹툰이 K팝을 뛰어넘는 새로운 한류 장르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웹툰 전성시대] K-팝 넘어 ‘K-툰’… 새로운 한류 뜬다
입력 2014-11-22 02:45 수정 2014-11-22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