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전성시대] 만화-망가-코믹스는 디지털 진화중

입력 2014-11-22 02:30 수정 2014-11-22 15:08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웹툰 홈. 현재 네이버에 연재되는 172편의 웹툰 중 110편이 스토리라인을 가진 작품인데, 이 중 60편이 이미 국내외에서 영상화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웹툰을 향한 전 세계적 관심이 뜨겁다. 웹툰시장을 이끌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일본은 기존 만화 소비 방식에서 변형된 형태로 ‘디지털화’된 만화를 즐기는 모양새다. 각국 특성에 맞는 만화 산업의 발전은 결과적으로 시장 크기를 키우고, 교류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반갑다.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미·일 3국의 만화시장=국내에선 책으로 출판되는 만화에 대해 비관적인 미래를 예측하곤 한다. 불법 복제·유통으로 구매자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무료 웹툰의 인기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2차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면서 대중의 눈길은 웹툰 페이지에 쏠린다.

지난 19일 ‘세계웹툰포럼’에 참석한 김준구 네이버 웹툰&웹소설 사업부문 셀장은 “현재 네이버를 통해 연재되고 있는 172편의 웹툰 중 110편이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이 중 60편이 이미 영상화 계약을 마친 상황”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내놨다.

물론 출판업계에서 만화책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만화를 소재로 한 잡지 ‘엇지’ ‘보고’ ‘마나가’ 등이 잇따라 출간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만화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어떨까. 고토 유 어스스타엔터테인먼트 코믹편집실 실장은 “일본에선 만화나 웹툰을 그대로 팔 때보다 애니메이션과 함께 팔 때 구매율이 높게 나타난다”며 “커피를 마시면서 만화를 볼 수 있는 환경, 타 문화와 결합을 통해 시장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디지털 만화’를 주로 선보이는 추세다. 최대 디지털 만화 플랫폼 코믹솔로지는 e북 형태의 만화를 공급한다. 페이지를 넘기듯 모바일 기기에 손가락을 터치해 화면을 넘기고 확대와 축소 등 간단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존 로버트 코믹솔로지 대표는 “미국 독자들은 수집가가 많아 먼저 만화 잡지를 사고, 잡지에 나온 만화의 단행본을 사고, 이동하면서 읽기 위해 같은 작품을 디지털로 다시 한 번 구입한다”고 전했다.

◇웹툰이 바꿔놓은 한국 만화시장…웹툰 산업의 미래는 한류=지난 10년간 웹툰의 등장으로 만화 시장은 급격히 변했다. 김 셀장은 만화 콘텐츠 자체로서의 변화를 꺼냈다. 그는 “웹툰은 만화의 화법(畵法)을 컷 단위에서 해방시켰다”며 “시선 이동이 자유로운 기술(스크롤 기능)을 통해 단 한 컷으로 다양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기존 만화가 가진 것 이상의 볼거리가 들어갔다. 그럼에도 가장 큰 변화는 대중들에게는 요일마다 연재물을 챙겨보는 습관을 갖게 한 것”이라고 했다. ‘어느 요일엔 무슨 웹툰’이라는 공식이 세워지자 팬덤이 생기고 시장이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웹툰시장은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로 독점·양분돼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해 레진코믹스의 등장은 무료라는 인식이 강했던 웹툰시장을 유료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레진코믹스는 광고 없이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체 회원 중 15% 정도가 요금을 지불하고 본다. 이성업 레진코믹스 이사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계속 보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에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며 “다른 무기 없이 웹툰만을 가지고 이뤄낸 획기적인 변화”라고 자평했다.

포럼 현장에선 한국의 미래 웹툰 산업의 청사진을 그려 볼 수 있었다. 김 셀장은 “2011년 나온 ‘미스터리 단편-옥수역 귀신’편은 아무런 홍보 없이 하루 만에 미국 지역에서 100만명이 페이지에 접속하는 기염을 토했다”며 “그때 한국 웹툰의 경쟁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이사도 “사업 시작부터 해외시장을 고려해 공격적으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가의 장벽 없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1억원 고료의 ‘세계만화공모전’이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도 언급됐다. 김 셀장은 “한국적인 색채가 들어가면서도 시공간을 넘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코드가 필요하다”며 “작품을 이해하는 번역자를 발굴하고 현지 작가들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