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6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소망교회(김지철 목사)의 선교관 내 지하 2층 한 예배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 3명이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찬양 ‘주 안에 살리라’를 힘차게 부르고 있었다. 예배실 양쪽에는 대형 스피커 4개가 세워져 있고, 가운데에 악기 소리와 목소리의 톤을 조절하는 믹서가 놓여 있다.
한 명은 일반 통기타로 리듬을 냈다. 또 다른 한 명은 재즈를 연주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리드기타로 멜로디를, 나머지 한 명은 콘트라베이스같이 생긴 어쿠스틱 베이스로 중저음을 연주했다. 노래도 연주도 악기 편성도 장비도 전문가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은 평균 나이 65세 아마추어로 이뤄진 남성 트리오 ‘둘로스’다. 둘로스는 헬라어로 하나님의 종이란 뜻이다. 둘로스 리더인 소망교회 이신영(65) 장로, 이동진(67) 집사, 원정연(63) 집사가 구성원이다.
다음 달 10일 소망교회에서 특송하기 위해 맹연습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11년간 한 달에 한 번 이상 크고 작은 무대에 섰다. 전국 교회 등에서 200여회 공연했다. 2010년에는 제21회 CBS 창작복음 가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어쿠스틱 베이스를 맡고 있는 이동진 집사는 57세 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연습곡이 정해지면 강사한테 부탁해 그 곡 연주법을 통째로 외웠어요.”
기타 판매업체 대표, 의사, 은퇴자 등 각각 입장이 다른 이들이 뭉친 것은 2003년도이었다. 대학 때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즐겨 불렀던 이 장로가 팀 구성에 나섰다.
“원 집사는 클래식 기타를 친 지 3년 됐어요. 이 집사는 서울 낙원상가에서 기타 매장을 운영해 섭외했는데, 이 집사가 기타를 못 칠 줄은 몰랐네요. 하하.”(이 장로)
“더 잘됐죠. 그래서 이왕 시작하는 것 베이스를 배운 거잖아요.”(이 집사)
둘로스는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금방 소문이 났다. 멤버 중 장로가 있다 보니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장로회 등에 자연스레 초청됐다.
알음알음으로 미자립 교회부터 대형 교회까지 공연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경기도 시흥 주섬김교회의 주일 오후 예배 때 공연했다. 소망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소망교회 권사 수련회에서도 무대에 섰다. 정기적으로는 서울 중랑구 신내로 서울의료원 내 교회에서 매달 환자를 위로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
결혼식 축가도 불렀다. “우리 애들은 벌써 결혼해서 못했고요. 이 장로님 자녀 2명, 원 집사님 자녀 2명을 위해 네 차례 불렀어요.”(이 집사)
“결혼식 축가를 전문적으로 해볼까 해요. 교회에선 사례비를 안 받으니 축가를 부르면 비싸게 받을랍니다(웃음).”(이 장로)
이들에게 아내는 최고의 후원자다. 권사찬양대원으로 활동한 이 장로의 아내 김창영 권사와 피아노를 전공한 원 집사의 아내 김경숙 권사가 모니터링을 한다. 이 집사의 아내 손숙자 권사는 매니저 역할을 한다.
이날 연습실을 찾은 이 교회 성도 정상호(65) 장로는 “늦은 나이에 하나님을 위해 무대에 서는 자체가 대단하다”며 “정년을 앞둔 이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고 말했다.
둘로스의 다음 목표는 음반을 만드는 것이다. “2008년 교회 인근 콘서트홀에서 정식 공연도 했으니 더 늙기 전에 음반을 만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원 집사) “우리 장례식 때 우리가 부른 찬양을 틀어놓으면 그것도 의미 있을 거예요.”(이 장로)
하나님께 음악을 바치는 이들 노익장의 입담도 전문가 수준이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기타 선율에 복음을 싣고… 세월 잊은 음악 열정
입력 2014-11-24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