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김치는 겨울나기의 필수 먹거리다. 김치는 그냥 반찬이 아니다. ‘웰빙음식’으로 명성을 떨친 지 오래다. 김치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03년 사스(SARS) 발생 때였다. 김치를 많이 먹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사스에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약 세계적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았다. 한국인이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강한 것도 김치 때문이라는 게 입증됐다. 비타민과 섬유소, 유산균이 많아 아토피피부염과 비만, 변비에 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외신들이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는 까닭이다.
거의 매일 식탁에 오르는 김치는 김장이라는 우리 특유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찾은 서울시청 일대에서는 ‘2014 서울김장문화제’가 열렸다. 6000여명의 내외국인이 김치를 버무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서울시는 만들어진 김치 225t을 모두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김장 전통이 점차 사라지는 세태 속에서 치러졌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선조들은 입동(立冬)쯤이면 김장을 시작했다. 중년을 넘은 세대들에게 김장은 겨울을 맞는 채비였고, 겨울을 견디게 하는 절차였다. 김장 때면 근처에 사는 친지들까지 모여 집안은 왁자지껄했다. 집집마다 100포기는 보통이었고, 수백 포기를 담그는 집도 적지 않았다. 이웃과 나누는 몫까지 포함됐기에 포기 수는 늘 필요보다 많았다. 김장의 형식은 품앗이였지만 내용은 나눔이었다. 그래서 면면이 이어져온 자랑스러운 우리 유산이다.
지난해 12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김치가 아니라 김장문화에 주목했다. 김장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결속과 연대감이 강화된다고 판단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감과 소속감도 확인된다고 했다. 언제였던가. 집에서 김장 담그던 그때가 아련하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김장문화
입력 2014-11-22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