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0시를 기점으로 도서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한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 정가제 시행을 하루 앞둔 20일에는 싼 값에 책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폭주하면서 주요 인터넷서점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출판계는 할인이라는 유인이 사라진 상황에서 도서판매 대책을 고심하며 정가 인하 카드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내 최대의 온라인서점인 예스24는 “오전 11시30분부터 접속에 계속 장애가 발생했다”며 “워낙 접속자가 많다 보니 서버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스24 사이트가 다운된 건 최근 몇 년 사이 처음 있는 일이다. 알라딘도 19일 오후부터 접속 장애가 반복됐고, 20일 늦게까지 이어졌다.
최근 1주일간 온라인서점들은 일일판매량 기록을 매일 경신할 정도로 이용자가 폭주했다. 예스24의 13∼19일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2.2배, 전년도 동기 대비 2.4배 상승했다.
정가제 시행과 함께 책값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9800원짜리 장하준 교수의 책이 나왔고, 1만2000원이나 1만3000원으로 정가를 매긴 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만4000원 이하의 책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다.
출판사 부키의 박윤우 대표는 “요즘 나오는 책들의 가격을 유심히 보라”면서 “이전보다 10%, 20% 가격을 내린 책들이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지평님 황소자리 대표도 “실용서와 학습참고서는 확실히 가격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실용서나 참고서는 그동안 도서정가제에서 제외됐었기 때문에 출간과 동시에 30% 이상씩 할인 판매를 해왔는데 이제부터는 최대 15% 할인에 묶이게 되니까 책값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판사들도 책값 정책을 놓고 고민 중이다. ㅅ출판사의 편집장은 “다음 주부터 책 몇 권을 연속해서 내는데 책값을 다만 1000원이라도 내려야 되는 게 아닌지 검토하고 있다”며 “할인율이 15%로 축소된 만큼 책값을 내릴 여지는 있다고 보고 정가 인하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도서유통업 관계자도 “요즘 출판사들이 제일 고민하는 게 책값”이라며 “내려야 하나, 내리면 어느 정도 내려야 하나,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가 조정과 함께 페이퍼백 등 조금 더 싼 책을 공급하기 위한 시도들도 이어질 전망이다. 부키는 최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대표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페이퍼백으로 재출간해 권당 98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각각 1만4800원, 1만4000원 하던 책이다. 출판업계는 낮은 가격에 양서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페이퍼백 출간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고본 출판도 주목되는 분야다. 책값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11월 21일 도서정가제 시행 앞두고… 주문 몰린 인터넷서점 서버 다운 사태
입력 2014-11-21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