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이 프랑스 파리 유학 도중 북한의 강제송환 과정에서 탈출해 잠적한 유학생 한모씨의 인적 사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한씨의 이름과 한씨 아버지의 신상정보를 우리 정부가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한씨 아버지는 북한에서 꽤 고위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씨 아버지와 지난해 말 숙청된 장성택과의 관련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은 프랑스 당국이 한씨 신병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만큼 신상정보에 대해서는 비공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장성택 측근에 대한 숙청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것 같다”며 “특히 장성택 지인 중 해외 거주 중인 자제들을 송환하는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성택의 주요 지지층이 해외 유학파 경제 관료였고, 현재 해외 유학생들도 이들의 자제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정부와도 긴밀히 협의 중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계국 당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사실관계 파악 및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프랑스 당국이 한씨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 다음 북한 당국이 왜 외국에서 무리하게 강제 송환을 시도했는지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북한 요원들이 한씨를 사실상 ‘납치’해 강제 소환하려 한 게 사실일 경우 프랑스 당국은 한씨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해 줄 상황이 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씨의 자유의사에 따라 정치적 망명이 이뤄져야 하며 북한으로 강제 송환돼선 안 된다’는 의사 표명을 프랑스 정부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씨가 혹시 한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희망하면 우리 정부가 프랑스와 협의에 나서게 된다.
한편 한씨 탈출 이후 파리에서 다른 북한 유학생들도 자취를 감췄다는 증언이 나왔다. 프랑스 정부의 초청을 받은 북한 유학생 10명은 파리 라빌레트와 벨빌 건축학교에서 5명씩 공부하고 있었다. 라빌레트 건축학교에 다니는 한 한국인 유학생은 19일(현지시간) “한씨가 사라진 이후 다른 북한 유학생들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이 한씨 탈출 이후 유학생들을 모처에 집결시켜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백민정 유동근 기자 minj@kmib.co.kr
“탈출 北유학생 한국망명 희망 땐 佛과 협의”
입력 2014-11-21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