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여당 지도부와 회동한 것은 당청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한·호주 및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내년도 예산안,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재차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연말이 가까워오지만 국회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은 점을 감안해 여당을 독려하고 국정 운영의 추동력을 실어주자는 속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 FTA·예산안·연금개혁안 적기 처리 당부=박 대통령은 오후 청와대에서 1시간 동안 이뤄진 회동에서 각종 법안 등을 설명하면서 ‘적기에’ ‘조속한’ ‘연내’ 등의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 그만큼 여러 민생법안, 경제활성화 법안, 개혁안 등의 처리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예산집행도 필요한 시간이 있다. 정부가 확장적 예산정책을 펴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를 강조했다고 한다.
한·호주 FTA에 대해서도 “중국도 호주와 FTA가 실질 타결됐다. 중국은 속도를 낼 텐데 그러면 협상은 우리가 제일 먼저 타결을 보고도 잘못하면 경제적 실리를 다 빼앗길 수 있다”며 FTA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한·호주 FTA가 올해 발효되지 못할 경우 일본보다 최대 7년 동안 관세철폐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수출 손실액도 연간 4억6000만 달러가 될 정도”라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VS “형식적 만남”=회동은 덕담이 오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이 주로 이야기하고 당 지도부가 경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특히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 정상외교의 성과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FTA 체결 성과를 설명하면서 “이제 우리나라 경제영토가 세계 73%에 달할 정도”라고 하자 김무성 대표는 “73.5%가 아닙니까”라고 정정했고, 박 대통령은 웃으며 “정확하시다”고 화답했다.
회동에선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편성, 법인세 인상,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때문에 촉박한 일정에 야당 공세까지 거세져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당청이 서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형식적인 대화만 나눈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지도부와의 ‘3자회동’이 무산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여야 3명씩 참석하는 걸로 청와대에서 회동하자’는 전화를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받았지만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만나면 대통령의 격이 떨어지고 야당 대표 격도 떨어진다”며 “만나면 뭔가 해결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 중 “사실 오늘은 야당도 함께 초청해 부탁을 드리려고 했는데 좀 안타깝게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새정치연합은 회동 후 박 대통령의 예산안 적기 처리 발언에 대해 “말이 좋아 협조 당부이지 사실상 압박을 가한 것”이라며 “이런 태도는 입법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고 권위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朴대통령 “적기에, 조속히” 법안처리 골든타임 강조
입력 2014-11-21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