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헌금은 하나님의 것’… 교회 회계의 첫걸음

입력 2014-11-22 02:45

언론이나 방송 보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게 공금 횡령이나 배임 같은 ‘돈’의 문제다. 이는 교회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보니 한국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에서 재정 투명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간다. ‘돈’의 투명성은 곧 신뢰를 뜻하고, 결과적으로 유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투명성은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게 아니다. 몇 가지 선결조건이 있는데, 예를 들어 교회 회계 및 선교단체를 위한 회계기준의 정립이다. 그 기준에 따른 내부 규정이나 제도의 신설 및 보완, 실무의 이해를 돕는 교과서 집필, 기준에 맞도록 고안된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 그리고 관련 조직 리더의 확고한 의지 등이 충족돼야 한다. 이 책이 교회 회계 및 재정 운영 전반에 대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인 저자는 유학시절부터 교회와 선교단체를 위한 회계 관련 책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는 서문에서 “이들 기관의 어려움 중 하나가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려고 해도 기준이 미비하거나 실무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라며 출간 목적을 밝혔다. 저자는 오랫동안 선교단체 등에서 쌓아온 회계 이론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1부에선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과 의사소통의 전제가 되는 ‘가치의 공유’에 대해 논의한다. 2부에선 회계 및 재정관리의 대상이 되는 돈의 본질을 설명한다. 교회와 선교단체를 위한 책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교회 회계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회라는 공동체와 그 안에서의 소통, 그리고 회계의 대상인 돈의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회계는 하나님의 돈(위탁된 헌금)을 관리하는 장치다. 이 말은 교회 회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하나님을 알고, 돈을 위탁한 교인, 그 돈을 맡아서 운영하는 교회, 그리고 매개체이자 수단인 돈의 속성 및 관리하는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28쪽)

교회 회계의 준비는 아주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하나님께서 세상 만물(인간 포함)을 창조하셨음을 믿는가?’ ‘세상 만물이 모두 하나님의 소유임을 믿는가?’ ‘우리는 단순히 하나님의 자원을 관리하는 청지기임을 믿는가?’ ‘주님이 교회의 머리되심을 믿는가?’라는 네 가지 질문에 ‘예’라고 최종 답을 해야만 비로소 교회 회계를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초가 흔들릴 때 발생한다. 가장 극명하게 ‘속마음’을 드러낼 때 교회는 분쟁에 휘말리고, 결국엔 돈 문제로 귀결된다. 세상 법정에 소송을 제기하고 교회의 다툼은 끝없이 퍼진다. 하나님의 소유, 하나님의 돈이라는 ‘기초’만 흔들리지 않으면 아무런 걱정이 없는데 말이다.

3부는 교회 회계와 관련된 이론 및 실무에 관한 이야기다. 구체적 실무 지침에서는 회계 거래의 분개과정에서부터 복식부기, 기독교 단체에서 필요한 재무제표 작성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뤘다. 또 이들 기관이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할 예산제도, 내부 통제 및 내부 감사제도, 재정관리, 보험 등을 다루고 있다. 다소 예민한 목회자와 납세, 기타 교회와 관련된 세금, 기부금과 관련된 주의사항도 눈길을 끈다.

어떤 이들은 교회 재정은 교인들만 알면 되지, 외부에 공개할 필요가 있는가를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교회 공동체의 가치인 ‘소통’으로 답을 대신한다. “만약 교회의 이해관계자를 교인으로 국한할 경우에는 교인에게만 보고하면 그 책임을 완수하게 되지만 교인 이외에 교회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기타 이해관계자집단, 예를 들어 비그리스도인, 교단, 지역사회, 언론, 시민단체, 국가 등도 중요한 이해관계자임을 인정한다면 이들과도 어떤 형태로든지 소통해야 한다.”(22쪽)

아직도 ‘우리끼리 헌금 내고, 우리끼리 쓰겠다는데 왜 참견인가’ 같은 속마음을 갖고 있는가. ‘모든 것=하나님 소유’라는 고백만이 흔들리는 기초를 바로 잡을 수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