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잇단 IS 곁으로… 당황한 유럽

입력 2014-11-21 02:36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을 비롯한 비(非)이슬람권 국가에서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하는 이슬람 성전(지하드)에 가담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 각국 정부가 당혹감과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국민들이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져드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경고도 하고 새로운 법안도 내놓고 있지만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IS가 미국인 구호 활동가 피터 캐식과 시리아군 포로들을 참수하는 동영상에 나타난 두 번째 프랑스인이 이슬람교로 개종한 22세 청년 미카엘 도스 산토스(사진)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파리 근교 출신인 포르투갈계 미카엘은 지난해 가을 시리아로 떠났다. 같은 동영상에서 먼저 신원이 밝혀진 프랑스인도 22세의 막심 오샤르라는 노르망디 출신 청년이었다.

비이슬람권 청년들이 제 발로 IS를 찾아간 상황은 프랑스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네덜란드에서 한 엄마가 IS 본거지인 시리아에 가서 10대 딸을 구출해온 소식을 보도했다. 이 소녀는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만난 IS 대원과 결혼하겠다며 집을 떠났다. 지난 8월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 등을 참수한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도 영국인이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300명 이상의 여성이 결혼과 순교를 위해 IS에 합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은 “프랑스에서는 왜 IS가 자국민들에게 어필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정치대학 장 피에르 필리우 박사는 “유럽 출신 전사들은 다른 서구인을 불러들이는 ‘미끼’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배경의 젊은이들이 계속 IS에 빠져드는 것은 이런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이어 “방황하던 청년들은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에 쉽게 빠져들고, SNS를 통해 친구들을 불러온다”면서 “해가 지는 유프라테스 강을 배경으로 피자와 총이 있는 사진을 고국으로 보내면서 ‘인질을 죽이면 유명인사가 되고 고국의 신문에도 대서특필될 것’이라고 현혹한다”고 덧붙였다.

각국이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IS 합류 흐름을 끊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지하드에 참여할 목적으로 출국할 경우 최장 2년 동안 여권을 압수하고 재입국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도 지하드 참여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여행을 금지하는 테러방지법을 도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