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누리당 지도부는 미국 뉴욕과 네덜란드 헤이그 해외출장에 누구를 보내야 할지를 한참 고심한 적이 있었다. 선호도가 높은 미국·유럽 출장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바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과 관련한 불필요한 루머가 나돌 수 있어서였다.
당 지도부는 당초 19∼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중 의원회의’에 홍문종 의원을 보내려 했다. 회의는 유엔 회원국 의원들이 ‘인간중심적 접근법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란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홍 의원을 보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막판에 제기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20일 “원래 홍 의원을 보내기로 했었는데 반 총장과 관련한 근거 없는 루머가 혹시 번질지 몰라 다른 의원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홍 의원이 반 총장을 만나 차기 대권 관련 논의를 했다는 식의 루머가 무서웠던 것이다.
친박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지난달 29일 세미나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반 총장을 부각시켰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넘게 남았는데 친박이 생뚱맞게 차기 주자를 띄웠다거나 반 총장의 ‘임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홍 의원을 유엔본부에 보낼 경우 또 다시 각종 루머가 난무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대신 경대수 의원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경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과 함께 유엔 회의에 참석 중이다.
당 지도부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치·경제·국방 안보 등을 주제로 22∼24일(현지시간) 열리는 ‘제60차 북대서양조약기구 의회연맹 총회’에 홍 의원을 보내기로 했다. 야당에선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이 함께 참석한다. 홍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방부와 의견을 조율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단독-여의나루] ‘반기문 루머’가 무서워… 홍문종 의원 해외 출장지 바꾼 사연
입력 2014-11-21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