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보호권 지켜지지 않아요” 세계 44개국 아동 3명 중 1명, 국가에 불만 표출

입력 2014-11-21 02:46
국제어린이재단연맹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잠비아 어린이가 ‘존중’이란 단어가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전 세계 아동 3명 중 1명꼴로 자국에서 아동 보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은 20일 재단이 소속된 국제어린이재단연맹이 44개국 아동 60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선진국과 개도국 아동 32%는 자국 정부가 학대와 폭력, 노동, 심리적 피해 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지 않는 것으로 느낀다고 응답했다. 특히 온두라스 응답자의 60%는 아동의 권리 중 보호권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온두라스 엘킨(11)은 “우리나라에서 성폭행 당하거나 임신한 아동이 보호 받을 권리는 없다”며 “이곳에서는 범죄 조직들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스웨덴 같은 선진국 아동의 경우 집단따돌림 등 심리적 피해에 대한 정부 대처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대답했다.

아동이 속한 국가의 경제 수준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 응답도 있었다. 아동의 권리 중 자국에서 지켜지지 않는 권리를 묻는 질문에 대해 개도국 아동 29%는 ‘학교의 접근성과 학습시간에 대한 권리’라고 답한 반면 선진국 아동 4%만이 같은 응답을 했다. ‘자국 아동들이 건강과 교육에 해로운 일로부터 보호받느냐’는 질문에 대해 ‘항상 또는 자주 보호받는다’고 응답한 아동의 비율은 아일랜드 가 85%인 데 비해 가나는 4%에 불과했다.

국적에 따른 생각의 차이는 ‘만약 내가 국가 지도자가 된다면’이란 질문의 응답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선진국 아동은 ‘안전과 안보의 증진(28%)’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반면 개발도상국 아동은 ‘교육의 기회 증진(51%)’에 가장 주력하겠다고 대답했다. 특히 캄보디아(80%) 네팔(73%) 인도와 스리랑카(72%) 아동들은 압도적으로 교육을 가장 먼저 해결할 문제로 지목했다. 분쟁 지역인 아프가니스탄 아동의 경우 ‘교통 등 기반 시설의 확충’에 힘을 쏟겠다고 답한 이들이 80%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 세계 어린이가 느낀 아동의 권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국제어린이재단연맹이 ‘스몰 보이스 빅 드림(Small voices Big dreams)’이란 제목으로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진행했다. 설문조사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0개 선진국 아동 2405명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34개 개발도상국 아동 3635명이 참여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