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모름지기 사람은 아침밥을 먹어야 속이 든든한 거야/먹고 또 자더라도 일단 먹자/어? 아침 먹자.”
양희은은 대한민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아침밥을 먹자고 적극 권했다.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밥상머리에 앉아야만 할 것 같다. 19일 공개한 신곡 ‘나영이네 냉장고’를 통해서다.
“집 밥 너무 그리워/가족의 마법/본가 따뜻한 집으로/내가 쉴 수 있는 곳.”
21일 0시에 공개되는 김범수의 정규 8집 앨범 ‘HIM’의 타이틀곡 ‘집밥’은 가족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을 밥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양희은의 ‘나영이네 냉장고’와 김범수의 ‘집밥’ 등 최근에 나온 푸드송(Food Song)은 기존에 나왔던 푸드송과는 차별화된다고 20일 전했다. 과거에도 윤종신의 ‘팥빙수’, 더 자두 ‘김밥’부터 박명수와 정준하가 MBC ‘무한도전’에서 불러 화제가 된 ‘냉면’과 ‘영계백숙’ 등 푸드송들은 꾸준히 나왔고 인기를 끌었다. 주로 음식 자체를 표현하거나 사랑과 연결했다.
그러나 양희은과 김범수의 노래는 ‘밥’을 통해 사회적 화두가 된 1인 가구를 이야기한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가구 중 1인 가구 수 비중은 1990년 9.0%에서 2010년 23.9%, 2012년 25.3%로 급증했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나 홀로 집’인 셈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가 2020년 29.6%, 2030년에는 32.7%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두 가수는 노래를 통해 경기 불황으로 결혼과 자식을 포기하고 나 홀로 삶을 선택한 우리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방송인 김나영은 자신의 에세이에 “매일 아침 냉장고를 열 때마다 가난한 냉장고가 외롭다”고 썼다. 이어 외로운 냉장고를 김나영은 홀로 사는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했다. 에세이를 본 양희은은 ‘나영이네 냉장고’를 통해 위로 대신 아침밥을 권한 것이다. 김범수는 앨범 발매를 앞두고 19일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집에서 독립한지 5년이 됐는데 혼자 사는 외로움이 크다”면서 “팬들과 저 스스로에게 집밥 같은 노래로 따스한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명수가 지난 7월 발표해 실시간 음원 차트를 휩쓸었던 ‘명수네 떡볶이’도 유쾌한 일렉트로닉댄스를 표방한 푸드송이지만, 이면에는 경기 불황의 슬픈 세태가 숨어있다. 떡볶이를 먹고 싶어도 사 먹을 수 없는 젊은 손님과 불경기로 장사가 어렵다며 외상을 줄 수 없다는 주인공의 실랑이가 가사 속에 녹아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이 노래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가수들이 따뜻함을 주는 음식을 소재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집밥 판타지, ‘나 혼자 산다’ 세대의 푸드송
입력 2014-11-21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