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공룡들 너도나도 ‘음원 스트리밍’ 사업 진출

입력 2014-11-21 02:45

전 세계 IT 기업들이 음원 스트리밍(인터넷에서 음악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 재생하는 기술)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람들의 음악 감상 방식이 스트리밍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내년 초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비츠 뮤직 앱을 기본 탑재할 계획이라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iOS를 업데이트하면서 비츠 뮤직 서비스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기는 3월쯤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올해 5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비츠 뮤직과 헤드폰 생산업체 비츠 뮤직 일렉트로닉스를 30억 달러에 인수했다.

애플이 스트리밍에 관심을 쏟는 건 다운로드 중심인 아이튠즈 음악 서비스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이튠즈 음원 판매 실적은 올해 13∼14% 하락했다. 스마트폰 보급과 통신망의 고도화로 스마트폰에 저장공간을 차지하는 다운로드보다 실시간으로 듣는 스트리밍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증거다.

구글도 유튜브를 통해 ‘뮤직키’ 서비스를 내놨다. 동영상과 음악을 무제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다. 월간 순 방문자 수가 10억명에 달하는 유튜브가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구글이 스트리밍에 본격 참여하면서 스포티파이, 판도라 등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국내외에서 밀크뮤직을 선보이며 스트리밍 시장에 진입했다.

업체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가격을 대폭 인하하려 하고 있다. 애플은 비츠 뮤직 월 사용료를 현재 9.99달러에서 절반인 5달러로 낮추기 위해 저작권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 뮤직키는 처음 6개월간은 정가보다 2달러 할인된 월 7.99달러에 이용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 판도라 등은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무료 스트리밍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 활성화하기 위해선 음악 저작권자와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 저작권자들이 무료나 저가 서비스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대가 없이 음악을 듣는 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무료 서비스가 ‘음악=무료’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미국 유명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음악을 모두 빼버렸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밀크뮤직이 무료 제공되면서 저작권자들이 비슷한 이유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업체들은 스트리밍이 불법 다운로드 이용자를 흡수해 음악 시장 전체를 키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스포티파이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저작권료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사용자에게 무료 제공하더라도 광고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이를 저작권자들에게 나누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니엑 엑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음악인의 적이 아니다. 적은 바로 음악가들에게 한 푼도 기여하지 않는 불법 다운로드”라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