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고혈을 빨아 수백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최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 조사 결과 피해자 2만여명, 피해금액이 4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지속적인 홍보로 금융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피해 규모가 커진 것은 피해자가 금융회사라고 착각할 정도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 수법이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랜덤식 기존 보이스피싱과 달리 이들은 개인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중국 해커로부터 신용이 낮거나 담보 능력이 없어 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절당한 명단과 연락처 등을 입수해 범행 대상을 선정했다. 대출이 안 돼 노심초사하던 피해자들은 “싼 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들의 농간에 쉽게 넘어갔다.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저축은행 담당 직원들의 신분증까지 진짜같이 위조해 보여주니 당할 수밖에 없었다.
범죄 총책이 서울경찰청에서 사이버범죄 수사를 맡았던 전직 경찰 간부여서 영화 같은 범죄가 가능했다. 수뢰 혐의로 옷을 벗은 그는 자신이 수사했던 금융사기 전과자 3명과 광고 모델, 조직폭력배 등을 끌어들여 조직원 100여명에 이르는 기업형 조직으로 키웠다. 자금 관리는 친동생에게 맡겼다. 경찰 생활을 통해 터득한 인맥과 노하우를 공익을 위해 쓰지는 못할망정 서민 등치는 데 악용하다니 인면수심이 따로 없다. 현직 경찰이라고 다르지 않다. 돈을 받고 이들에게 간부급 조직원들의 수배 상황을 알려준 경찰관도 있다. 이런 경찰에게 민생치안을 맡겨도 되는건지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스미싱, 파밍, 메모리 해킹 등 새로운 형태의 전자금융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개월간 하루 평균 16명, 1인당 1200만원의 전자금융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본인이 조심하는 것이 전자금융 사기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나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기 수법에 개인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신속한 피해구제 대책 마련 등 정부와 금융회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하다.
[사설] 전직 경찰은 사기치고 현직 경찰은 뒤봐주고
입력 2014-11-21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