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내 입에 붙은 말

입력 2014-11-22 02:09
예전에 직장 동료들과 가을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고속버스 통로를 사이에 둔 옆자리에 두 분의 중년 선배들이 앉아 있었다. 차창 밖에 나무들이 줄지어 선 가로수 길을 버스가 달리고 있을 때 한 선배가 옆에 앉아 있는 선배에게 “저 나무들이 뭐라고 하는 것 같아?” 하고 물었다. 질문을 받은 선배가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피곤해서 눕고 싶다고 하는 것 같아.” “그래? 나는 기쁘다고 소곤거리는 거 같은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얼핏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강하고 지칠 것 같지 않았던 선배가 ‘나무가 피곤해서 눕고 싶다고 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해 겨울 그 선배는 쓰러져 자리에 누웠다. 사람의 말이란 마음뿐만 아니라 건강상태 까지 드러내는 것이다. 그 선배는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가 말로 표현된 경우지만 말이 앞서서 몸이 지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습관적으로 쓰는 말이 있다. “짜증나” “귀찮아” “죽고 싶어“ ‘미치겠네” “바보 같아” 자신에게 하는 심층언어가 자신의 귀에 들려서 뇌에 입력되어 정말 짜증나게 되고 사는 게 귀찮아지고 죽고 싶어지고 한다는 것이다. 언어에는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 잠언 18장 21절 말씀을 우리는 잘도 잊어버리고 자신을 해치는 말을 거침없이 한다.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말의 독화살을 쏘아댄다면 사랑한다고 한 모든 공을 스스로 파괴해 버리는 것이다. 내가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중 계속 불평을 해대는 아이에게 마귀가 나타나 “네 말대로 해 줄까?” 하는 대목이 있었다. 그때서야 아이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소스라치게 놀라 “아니요 아니요” 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며 사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무심코 하는 좋지 못한 습관적인 말이 있다면 내 삶의 열매를 맺히지도 못하고 떨어뜨리게 하는 해충으로 알고 속히 털어 버리는 것이 좋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