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심사를 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은 제목이 ‘산티아고 길의 소울 메이트’였다. 그는 너무 답답한 일상에서 ‘길’이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그 책을 읽었다고 했다. 첫 아이가 장애가 있는 몸이었고 연이어 두 아이를 더 얻어 정신없이 막막한 삶을 살다가 그는 외쳤다. “아 사흘, 사흘, 아 나에게 사흘만”하고 외치면서 밥 먹고 치우는 일만 하는 동안 아 그 사흘 책만 읽었다고 했다. 1초도 자유시간이 없었던 그에게 책은 바로 자유와 초원의 광장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읽은 책이다. 그렇게 날개를 달고 따라간 길 위에서 진정한 소울 메이트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이야기였다.
내가 공감했으므로 그에게 최우수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아니 모든 심사위원의 점수가 높았다.
나는 대학시절 큰 소망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소울 메이트였다. 영혼의 짝이라고나 할까. 나는 어느 순간도 그 희망을 버린 적이 없다. 누구라도 만나면 혹 이 사람일까? 여행을 가자 어딘가로 떠나자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 어쩌면 이 사람일까, 나는 가슴이 떨렸고 서서히 그 떨림은 나도 모르게 사라졌다는 게 내 현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길은 너무 지루하고 그 길은 너무 가파르고 그 길은 결국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랬다. 그 길은 너무 지루했다. 걷고 다시 걷고 발에 물집이 터지고 다시 터지고 피가 흐르고 다시 아물어서 그 물집자리가 단단해진다는 것은 결국 그 짝의 형상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결과에 다다른다는 것이 단단함의 정신에 도달한다는 게 아닐까.
70년의 세월 속에서 진정한 반려자가 없다는 것은 아마도 내 실책이었을 것이다. 내 이기심이 모든 사람들을 내 옆에서 물러서게 한 것은 아닐까 후회도 자책도 해 보지만 늘 ‘없다’로 결론 내는 것, 그것이 내 이기심인지도 모른다. 가끔 수첩을 꺼내 이름을 죽 죽 읽어 내려가다가 그 시간에 언제라도 전화를 누르고 친구를 부르리라 친구를 찾으리라 한 장 한 장 뒤적이다가 늘 수첩을 닫아버린다. 그러나 오늘 바로 이 시간 이 순간이 바로 나의 동행자가 아닐까.
신달자(시인)
[살며 사랑하며-신달자] 나의 동행, 나의 소울 메이트
입력 2014-11-21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