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자개예술의 백미, 통영 삼층장

입력 2014-11-21 02:20
이성운의 나전칠기 작품. 한국나전칠기박물관 제공

나전칠기의 이성운(81) 장인은 독창적이다. 통영의 땅과 사람을 표현한 삼층장은 하얀 빛깔 나무와 갈대가 시선을 압도한다. 그 속에 고기를 낚고, 밭을 매는 일하는 사람이 나온다. 남정네는 지게 가득 짐을 졌고, 소쿠리를 머리에 인 아낙네가 뒤따른다. 강아지를 앞세우고 돌아가는 집에선 아기 업은 할머니가 큰손주의 손을 잡고 기다린다.

통영 출신 이성운은 ‘도립 경상남도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 1기생이다. 김봉룡 심부길 강창원에게 나전 기술을 배우면서 그림을 가르쳤던 화가 이중섭을 따라 통영 일대를 다녔다. 이중섭의 명화 ‘달과 까마귀’ ‘울부짖는 소’ ‘부부’ ‘복사꽃이 핀 마을’은 통영에서 그린 그림이다.

이성운은 밑그림이 없이 자개를 끊음질 기법으로 붙인다. 바람 부는 들판, 출렁이는 파도, 일하는 농부는 그의 가슴속에 있는 통영의 산하였다. 그는 1986년 조선 중기의 나전 기법을 살린 ‘나전 모란문 문서함’으로 ‘동아공예대전’ 대상을 수상한 이후 널리 알려졌다. 이성운의 작품은 11월 1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남산 자락에 개관한 한국나전칠기박물관(관장 손혜원)의 ‘나전칠기 근현대 작가 33인전’에서 내년 4월 19일까지 볼 수 있다(02-797-9924).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