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 테러’ 눈에는 눈… 이스라엘 ‘징벌적 가옥파괴’ 돌입

입력 2014-11-20 04:46
이스라엘군에 의해 19일(현지시간) 파괴된 동예루살렘 실완 지역의 테러리스트 압둘라흐만 살루디의 집을 살루디의 친척이 살펴보고 있다. 살루디는 지난달 22일 예루살렘에서 차를 돌진시켜 정류장에 있던 이스라엘인 2명을 숨지게 한 뒤 현장에서 사살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부터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가옥파괴’ 작전에 돌입했으며 첫 케이스로 살루디의 집을 부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서예루살렘에서 18일 벌어진 유대교 회당 테러 사건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과거에 보복 수단으로 활용했던 테러 가해자 친인척의 집을 완전히 부수는 ‘징벌적 가옥파괴(Punitive Demolition)’ 작전에 본격 나섰다. 친인척이 공범일 수도 있고, 가족들을 감안해 테러를 하지 말라는 경고 차원에서다.

이스라엘군은 1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 실완 지역에 있는 테러리스트 압둘라흐만 살루디의 집을 파괴했다. 살루디는 지난달 22일 예루살렘에서 차를 돌진시켜 정류장에 있던 이스라엘 여성과 아이를 숨지게 한 팔레스타인인으로 당일 현장에서 사살됐다.

AP통신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일련의 테러 보복의 일환으로 이제부터 테러리스트들의 집들을 파괴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네타냐후 총리가 강력한 보복 방침을 밝히면서 이달 초 시행하겠다고 밝힌 가옥파괴 작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조만간 유대교 회당 테러 사건의 용의자 2명의 집도 파괴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군은 전날 동예루살렘에 있는 테러 용의자 2명의 가족이 사는 집 2곳을 섬광수류탄과 고무탄을 쏘며 급습해 14명을 체포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와 2001∼2005년 팔레스타인 저항 시기 때 이스라엘인을 공격한 테러리스트의 집 수백채를 파괴했다. 가옥파괴 작전 때문에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집 없이 전전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었다.

이스라엘이 이런 비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가옥파괴 작전에 다시 나선 것은 그만큼 테러 위협이 높아졌다는 경각심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예루살렘을 향한 테러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며 “이제 전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인들은 최근 들어 팔레스타인인들이 칼을 쓰거나 자동차를 돌진시키는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테러를 가하고 있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 야코프 페리 과학부 장관은 “무장단체가 아닌 개인적 신념 차원에서 테러에 나서는 ‘외로운 늑대들’(팔레스타인인)이 아침에 테러를 결심해 오후에 바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이런 테러는 막을 도리가 없다”고 우려했다. 유대교 회당 테러 용의자들도 평소 테러와 거리가 멀었던 인물들이어서 주변에서도 놀라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테러 진압 과정에 참여했던 경찰관 1명이 추가로 사망해 이번 사건의 사망자는 모두 5명으로 늘었다. 경찰을 제외한 사망자 4명은 모두 유대교 율법학자인 랍비로 확인됐다. 3명은 미국에 살다 이스라엘로 이주했고, 한 명은 영국 출신이다. 특히 미국인 랍비 가운데 모쉬 트웨르스키(59)의 경우 미국 하버드대 유대교센터를 설립한 저명한 랍비인 이사도르 트웨르스키의 아들이자 정통파 유대교를 대표하는 인사인 요셉 솔로베이트치크의 손자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