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유엔 ‘北인권 ICC 회부’ 결의안 채택] 反인권 철퇴, 김정은 겨누다

입력 2014-11-20 03:32 수정 2014-11-20 10:35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고 최고 책임자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됐다. 최고 책임자는 사실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탄압을 고발해온 탈북자 신동혁씨도 제3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회의 내용을 청취하고 있다(오른쪽). 이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비서가 군부대가 운영하는 수산물 공장을 방문해 환한 표정으로 시설을 살펴보는 모습을 19일 보도했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것은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어진 북한인권결의안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이날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결의안은 다음 달 중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되는 형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날 표결에 유엔 회원국 대부분이 참가한 것을 고려하면 본회의에서의 결론도 다르지 않을 게 확실시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제3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전례가 없다.

결의안은 먼저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 공개처형, 강간, 강제구금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책임 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았다. 즉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넘기고 안보리는 COI의 권고를 받아들여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한편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했다. ‘최고 책임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최고 지도부라고 할 수 있다. 유엔은 2005년 이후 거의 매년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결의안을 채택해왔지만 ‘ICC 회부 권고’를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오준 대사는 “유엔이 인권결의안에 ICC 회부 필요성을 담은 것은 처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유엔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쿠바 등 일부 국가가 이번 결의안 의미를 ‘물타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세계 111개국이 찬성한 것은 ‘역사적 의미(historic step)’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총회의 핵심적 결과는 안보리에 북한 인권 문제가 회부됐다는 사실이 아니라 북한의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안보리 논의와 성명, 제재 대상이 됐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총회의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유린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이 결의안을 토대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게 되며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총회 결의는 안보리에 전달돼 공식 안건으로 상정되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안보리에서 실제 결의안이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이례적인 ‘유화조치’를 취해 왔지만 무위에 그쳤다. 그만큼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분이 크다는 방증”이라며 “국제사회의 핵심 문제로 북한 인권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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