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대 고가 수입 패딩 대부분 거위털 아닌 ‘오리털’

입력 2014-11-20 03:37

한 벌에 100만원이 넘는 고가 수입 패딩 대부분이 보온을 위한 충전재로 거위털이 아닌 오리털을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전재 원산지 표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수입업체마저 충전재 원산지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프리미엄 다운점퍼 수입 브랜드 8개와 아웃도어 브랜드 9개 등 17개 브랜드 25개 제품의 충전재를 조사한 결과, 수입제품 16개 중 거위털을 사용한 제품은 4개밖에 없었다고 19일 밝혔다. 나머지는 오리털을 쓰고 있었다. 거위털은 보통 오리털보다 솜털 크기가 크기 때문에 중량에 비해 볼륨감이 있어 오리털보다 비싼 편이다.

거위털을 쓰고 있는 제품은 몽클레르 제품 2개와 에르노 제품 2개 외에는 없었다. 캐나다구스, 파라점퍼스, CMFR, 노비스, 아이그너, 무스너클 등 6개 브랜드 12개 제품은 오리털 충전재가 사용됐다. 오리털을 충전재로 사용했지만 해당 제품들은 수입 브랜드라는 이유로 100만원을 훌쩍 넘긴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한때 붐이 일었던 캐나다구스가 110만원에서 125만원에 판매 중인 것을 비롯해 아이그너 제품은 27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아웃도어 제품은 충전재로 거위털을 많이 쓰고 있었다. 조사 대상 제품 가격은 43만원에서 79만원으로 가격은 수입 패딩보다 훨씬 저렴했지만 9개 제품 중 디스커버리 제품을 제외한 8개 제품이 거위털을 충전재로 쓰고 있었다.

컨슈머리서치는 보온성을 결정하는 충전재 비율 역시 아웃도어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솜털 비율이 높을수록 보온성이 뛰어난데 프리미엄 브랜드 중 CMFR과 노비스만 100% 솜털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털을 사용한 캐나다구스, 아이그너, 무스너클 제품 6개는 솜털과 깃털 비율이 80대 20이었다. 아웃도어 제품은 노스페이스 제품과 밀레 제품 2개가 80대 20이었고, 나머지는 솜털의 비율이 90대 10이거나 85대 15였다.

충전재 원산지 표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수입 패딩 중에서는 CMFR과 노비스 제품만 충전재 원산지를 표시했고 나머지는 원산지 표시가 없었다. 독일 브랜드 아이그너의 경우 충전재 원산지가 어디냐는 문의에 수입사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아웃도어 제품 중에서는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밀레, 컬럼비아 제품의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솜털의 비율이 높다고 반드시 보온성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솜털이 더 따뜻하다고 하지만 솜털만 넣었을 경우 옷 형태를 잡기 곤란한 경우가 있다”며 “제품에 따라 보온성을 위한 적정 비율을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리털도 원산지와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거위털 사용 제품과 오리털 사용 제품이 섞여 있는데 오리털 제품만 조사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