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효’가 사라진 시대
“만일 어떤 과부에게 자녀나 손자들이 있거든 그들로 먼저 자기 집에서 효를 행하여 부모에게 보답하기를 배우게 하라 이것이 하나님 앞에 받으실 만한 것이니라.”(딤전 5:4)
이 말씀처럼 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은 효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신앙을 가진 부모들은 자식들의 행복이나 순종 같은 정신적 가치를 효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는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가 지난 11∼18일 전국의 40대 이상 크리스천 남녀 1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독교인의 효 의식’ 설문조사 결과다.
효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매우 중요하다’(63%), ‘중요하다’(34%), ‘그저 그렇다’(2%)고 답했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기대하는 효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식들의 행복’(70%), ‘순종’(46%), ‘주기적인 용돈’(17%), ‘가업 잇기’(9%), ‘효도관광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일’(8%) 순이었다. 이에 반해 ‘봉양 문제로 자식들이 다툴 때’(69%), ‘안부전화를 하지 않을 때’(36%), ‘유산 얘기를 꺼낼 때’(33%), ‘명절 때 찾아오지 않을 때’(30%), ‘용돈을 주지 않을 때’(17%)를 불효로 여겼다.
그러나 정신적인 가치를 효의 기준으로 삼던 부모들은 노후에 대해선 달랐다. ‘노후에 자녀가 어디까지 돌봐주는 것이 효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원했다. ‘용돈 지원’(40%), ‘의료비 지원’(35%), ‘병 간호’(32%), ‘사후 주기적인 추모예배’(27%) ‘집에 모시기’(22%)였다.
송길원 목사는 “자식의 행복이나 용돈을 받는 게 효라고 볼 수 있지만 이제는 부모가 자식에게 손 벌려 ‘효도하라’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즉 ‘마음의 효’가 사라진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신앙의 회초리’가 필요한 때
효는 성경의 가르침 중 으뜸이다. 십계명 가운데 1∼4계명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고, 5∼10계명은 인간 상호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제5계명이다. 그리스도인에게 부모 공경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부모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돌봐드리는 것이다. 보살핌이다. 단순히 생활비를 건네는 정도가 아니라 부모의 생활을 빛나게 해드려야 하는 책임을 자식은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불효소송’이 공감을 얻고 있다. 신앙의 회초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경으로 돌아가 바른 효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가정사역 전문가들은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부모와 자식을 가르치신다”며 “자녀에게는 ‘부모에 대한 순종이 하나님이 명한 첫 계명’임을, 부모에게는 ‘주의 교훈과 훈계로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녀에게 ‘효도하라’고 강조하던 이전 시대와 달리 지금은 자녀와 부모가 상호 이해함으로써 효를 실천하고 신앙의 가문을 이뤄야 한다.
더불어 고령화시대로 접어든 장수사회에 걸맞은 효 매뉴얼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이패밀리는 ‘바른 효 만들기를 위한 부모들의 선언 7계명’을 20일 발표했다.
△‘자식들에게 올인하지 마라’. 연금이나 보험 등이 없던 시대에는 오로지 자식에 기대어 살았지만 이제는 여러 형태의 재테크에 참여하라는 말이다.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노후에 자식들과의 갈등도 예방할 수 있다.
△‘자식 눈치 보지 말고 내 삶을 살아라’. 부모는 살아온 세월만큼 존경 받을 가치가 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운동부터 시작해본다.
△‘가족헌법을 제정하고 상속의 범위를 못 박아라’. 과잉 기대가 오히려 가족을 불행으로 몰고 올 수 있다. 일찌감치 집안의 헌법을 만들어 양육과 상속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부모 공양에 대한 효 조항도 삽입한다.
△‘곳간 열쇠는 숨이 멈출 때까지 꼭 쥐고 있어라’. 경제적 주도권은 어떤 경우에도 놓지 말라는 것이다. 자식에게 효도비(용돈)는 꼭 받되 생활비 지원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물질적 유산을 정신적 유산으로 전환하라’. 진정한 유산은 집문서 땅문서가 아니다. 관계·추억·습관·리더십·자선의 유산이다. 경주 최부잣집 가르침에 ‘재산은 똥거름이다.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서 견딜 수 없지만 흩어 뿌리면 거름이 된다’고 했다.
△‘늙음과 낡음은 다르다. 노후를 더 멋지게 즐겨라’. 다시 말해 ‘닳아 없어질지언정 녹슬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No(老)’를 선언하라는 말이다.
△‘장례 등 죽음 준비를 미리 하라’. 준비된 죽음은 자신의 삶을 더 빛나게 하고 자식들 간에 우애를 지켜낼 수 있다.
효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기독교적 가치다. 신앙의 회초리는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엡 6:1∼3)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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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22 02:34 수정 2014-11-22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