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청구소송’ 현실에서는?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입력 2014-11-22 02:14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불효청구소송을 제기한 아버지와 삼남매가 법원에서 만난 모습. KBS 방송화면 캡처
김민호 변호사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아버지 차순봉(유동근)은 이기적인 자식들을 위해 마지막 회초리를 든다. 자식들에게 ‘불효청구소송’을 청구한 것. 차순봉의 소송을 맡은 변우탁(송재희) 변호사는 이 소송이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소송으로 법정에 섰을 때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까. 법무법인 바로법률 김민호(사진) 변호사의 제언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드라마에서 아버지 차순봉이 자녀들에게 청구한 ‘불효청구소송’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드라마에 나온 불효청구소송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가장 가까운 법률상 청구권은 부양청구권이다. 우리 민법 제947조에서 친족은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를 그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직계비속인 자식들은 직계존속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양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이다.”



-드라마의 ‘불효청구소송’이 실제 재판에 넘어갈 경우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거의 없다. 드라마에서 차순봉이 자식에게 지급한 돈의 법적 성질을 굳이 따지자면 (민법 제554조에서 규정한) 증여계약에 가깝다.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하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한다. 실제 생활에서 자식들에게 증여라는 의사표시를 하고 자식이 이를 승낙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드라마의 경우는 묵시적 증여체약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민법은 증여계약에 대해 여러 가지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다거나, 증여자에 대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완료된 증여에 대해서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으므로(민법 제558조) 부모가 자식들에게 지급한 교육비나 양육비를 반환받을 수 없다.”



-드라마에서 차순봉의 변호를 맡은 변우탁 변호사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변호하고 싶나.

“차순봉의 소송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자식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한다면 부양료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식들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자식들에게 넘겨준 부동산이 있는 경우 이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겠다.”



-실제 불효로 인해 부모가 자식에게 소송 건 사례가 있다면. 그리고 그 소송의 결과는.

“80대 할머니가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아들의 말만 믿고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토지를 넘겨줬다. 하지만 아들이 제대로 부양하지 않자 그 토지를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다. 법원은 할머니의 청구를 기각했다. 봉양을 조건으로 아들에게 토지 명의를 이전시켰다는 점에 대해 할머니가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한 부모가 부양 및 제사를 조건으로 큰아들에게 땅을 증여했으나 아들이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자신의 집으로 모시지 않고 치료비도 제대로 주지 않아 아버지가 땅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판결에서 아버지가 이겼다.”



-불효하는 자녀에게 상속을 하고 싶지 않아 유언장 등에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상속인의 결격사유로 인해 상속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민법 1004조에 따르면 부모의 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부모에게 유언을 강요한 자식, 유언장을 조작하거나 은닉한 자식의 경우에는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



-자식만을 위해 희생한 부모들에게 법적으로 조언을 해준다면.

“자식에게 금전이든 부동산을 넘겨줄 때 차후 부모가 몇 세가 될 때부터 매달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담은 서류, 즉 증여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공증사무소에서 공증까지 받아놓는다면 더욱 좋다. 그래야만 나중에 자식에게 약속을 어겨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해도 부모가 승소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차순봉이 판사를 향해 ‘살면서 자식들한테 단 한 번도 회초리를 든 적이 없다. 인생에 대해 제대로 가르친 적이 없다. 그래서 늦게라도 가르치려 한다’고 호소했다. 자녀를 진정 사랑한다면 부지런히 훈계해야 한다.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잠 13:24)”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