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에 가까운 파란 하늘은 저리도 고운데 그 아래 풍경은 거칠고 쓸쓸하기만 하다. 발길에 채는 모래에선 의미 없는 먼지만 성나게 일어나고, 마른 바람에 입술은 쩍쩍 갈라진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차를 타고 이틀에 걸쳐 간 마을, 이곳엔 사막을 생의 터로 살아가는 유목민 렌들레족이 있다.
몇 년 전 대가뭄이 들어 가축의 절반 이상이 떼죽음 당하고, 물 한 모금 구할 길 없는 기아에 허덕이는 모습으로 지구촌을 비탄에 잠기게 한 케냐 북부 코어(Korr) 마을. 지금까지도 생활에 필요한 제반 시설은 물론 물과 음식의 태부족으로 인간답게 살아야 할 최소한의 조건마저 충족하지 못한 채 고단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렌들레 부족 마을에 한 선교사 부부가 들어왔다. 30대의 젊은 최인호 선교사 초청으로 2010년 11월 이 낯선 땅을 밟았다. 마침 마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1주일 정도 선교 캠프를 연단다. 차로 서너 시간 떨어진 도시조차 가본 적 없는 아이들로선 엄청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소문을 듣고 약 80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우르지만 다들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기만 하다. 이 지역은 유목문화에 더해진 무관심으로 절대적 교육 부재에 시달린다. 학교 하나가 세워져 있지만 기본적인 교육 성과의 기대치를 채우기엔 한참 모자란다. 최 선교사는 이런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쉽지 않은 걸음을 뗐다.
첫 만남에도 얼마나 살가운지 모른다. 손을 잡고, 포옹하고,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한다. 마음의 벽 없이 이토록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까닭은 그만큼 서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줄 친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척박한 사막에서 예수님을 전한다는 것은 보통 사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어린 영혼들을 말씀으로 깨우는 것은 그리스도의 보혈로 말미암은 진리와 사랑밖에 없다. 아이들은 그들의 눈높이와 문화로 성경 말씀을 접하며 선교 캠프의 취지를 경험한다. 음악을 통해 영어와 율동을 배우고, 연극과 게임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 배려와 협동심을 이해한다. 밤에 상영되는 기독 영화를 보며 놀라는 눈치는 꽤 귀엽다. 특히 성경공부 시간에는 개구쟁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진리에 대한 호기심이 서려 있다. 식사 시간에는 기쁨을 숨기지 않는다. 하루 한 끼 옥수수죽으로 때우던 것이 세 끼를 푸짐하게 먹으니 이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할 순 없다.
“아휴,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 게 아쉬워. 딱 1주일만 더 했으면 좋겠다. 안 될까?”
검지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1주일만 더 하자는 윌리엄. 녀석은 아침 율동 시간에 코믹 막춤으로 친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무슬림 아이다. 다른 종교를 차별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포용하고 진심으로 대하자 녀석이 감동받은 것이다.
캠프 마지막날 밤, 다들 정신없이 염소고기 파티를 즐기는데 어여쁜 아하도가 차고 있던 팔찌를 건넸다. 케나는 직접 만든 목걸이를 주며 자신을 기억해 달란다. 오랜 시간 여행해도 헤어짐은 언제나 막막하고 서툴기만 하다. 윌리엄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유목민은 그 자리에 가만있는데 내가 그들을 떠나는 슬픈 아이러니에 그저 미안할 뿐이다. 다시 가기엔 너무 먼 곳, 그러기에 꿈을 가져본다. 복음으로 변화될 이 땅에 사랑의 예수님이 함께하기를. 그래서 은혜로 또 만날 수 있기를….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
[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32) 렌들레 족과 함께한 캠프-케냐 코어(Korr) 마을에서
입력 2014-11-22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