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역대 최고 수준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에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경제 제재에 이어 외교적 고립이 심화될 처지에 놓인 북한이 미사일 발사 또는 4차 핵실험 같은 극단적인 ‘도발 카드’를 택할 수도 있다.
실제 최명남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국가사회제도를 전복하기 위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포악무도한 반공화국 인권 소동은 우리로 하여금 핵시험(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북한이 앞으로 상황에 따라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또 결의안은 이전에 없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하여금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한편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제재토록 권고한다’는 문구를 명기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비롯한 북한 최고 지도부의 통치 정당성을 정면으로 건드린 셈이다. 지난 몇 달간 북측이 선보인 전방위 외교도 무위로 돌아갔다.
공론화 자체를 꺼리는 인권 이슈를 끄집어내 김정은 통치 기반을 문제 삼은 만큼 대외 선전 기구를 통한 비난전은 물론이고 무력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의안을 주도한 유럽연합(EU) 미국 남한 등에 대한 비난 수위를 예년보다 높이는 것이 1차 대응 수순이고, 다른 도발 카드는 그 다음이 될 전망이다.
강승규 고려대 교수(북한학)는 “결의안 채택은 국제사회가 북한이 독재국가라고 공표한 것으로, (북한으로선)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여러 가지 형태의 도발이 나올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군사분계선(MDL) 침범 등 ‘저강도’ 도발로 남한에 화풀이를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4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냉각시킬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북한이 무력 도발을 통해 고립 국면을 타개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내년이면 집권 4년차인 김 제1비서가 정치·경제적 성과를 과시해야 하는 만큼 무모하게 대외관계를 악화시키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일으켜 외교적 운신 폭을 좁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대(對)러, 대중 관계에 치중하면서 유엔의 후속 인권 공세에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유엔 차원의 움직임이 강화될 수밖에 없어 북한이 이를 의식해 주민 생활에 더 신경 쓰고, 정치범수용소 문제도 ‘관리’에 들어갈 것이란 추정도 있다. 실제 북한은 요덕수용소를 해체하는 시늉을 취했고, 최근엔 미국인 억류자 전원을 석방하는 모습도 보였다.
외교가 안팎에선 이번 결의안 채택이 북한 압박 수단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단기적으로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얼어붙겠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대화 모멘텀을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 관련기사 보기◀
[유엔 ‘北인권 ICC 회부’ 권고] 北 “핵실험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입력 2014-11-20 03:44 수정 2014-11-20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