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궁지 몰렸지만… ‘한 방’ 없는 野 덕분에 승리 보인다

입력 2014-11-20 04:51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전날 중의원 해산을 발표하면서 일본 정계는 19일부터 일제히 선거 준비 태세로 돌입했다. 잇따른 각료 사퇴와 경제정책 실패 등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야당이 지리멸렬한 탓에 이번에도 여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베 총리의 해산 결정 배경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 아베 정권은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하락, 각료들의 부패 스캔들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장기적으로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현직 중의원 임기가 끝난 뒤 치러지는 2016년 총선까지 기다리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산케이신문은 “의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만한 타이밍을 잡아 승부를 보고 싶었다”는 총리 측근 인사의 말을 인용했다.

야당 또한 현시점에서 여당에 결정적인 반격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잇따른 실정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2012년 총선에서 250여석을 잃는 ‘역사적 참패’를 당한 충격에서 아직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중의원 해산설이 흘러나오던 지난주 초 자민당은 입후보 예정자 278명을 확보한 반면 민주당은 134명에 그쳤다. 총선이 확정된 이후에도 민주당은 160여명 정도 공천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군소 야당과 손잡고 연합전선을 이루는 방안도 여의치 않다. 민주당 에다노 유키오 간사장은 “매우 자세한 부분까지 정책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책임한 것 아니겠느냐”며 연정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아베 총리가 선거 목표를 ‘연립여당 과반 의석(238석) 확보’로 내건 데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현재 자민당은 중의원 480석 중 295석을 갖고 있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까지 포함하면 326석이다. 지금보다 80여석을 잃는 상황을 ‘승리의 기준’으로 삼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 내 한 파벌 회장은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진짜 승패 기준은 자민당 단독 과반”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유세 과정에서 아베 내각의 실정이 집중적으로 부각될 경우, 의외의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민당 정무 3역 중 한 명은 “아베 총리도 총선 전망을 낙관할 수 없어서 소극적으로 언급했을 것”이라며 “안정다수(249석)를 확보하는 것이 승패의 기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민·공명 양당은 이날 회담을 갖고 중의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의석 확보를 목표로 삼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공명당 오구치 요시노리 국회대책위원장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목표는) 270석 정도”라고 말했다.

총선으로 향후 국회 의사일정은 마비될 전망이다. 일본은 11∼12월 주요 법안을 심의·의결하고 다음해 예산 편성 등을 진행하는데, 선거로 사실상 멈추게 됐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마저 ‘제멋대로 해산’ ‘니게노믹스’(도망치다라는 뜻의 일본어 逃げる와 아베노믹스의 합성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이유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