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구가 부담하는 전세보증금이 최근 5년간 32% 수준 올라간 반면 소득은 20% 증가하는 데 그치며 ‘렌트 푸어’가 늘고 있다. 최근 5년 새 이들 가구가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대출 상환액은 4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세를 사는 가계가 부담한 전세보증금은 평균 9896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 가계의 연평균 경상소득(임금·이자 등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소득)은 4710만원에 그쳤다. 전세보증금이 연평균 소득의 2.1배 수준인 셈이다.
게다가 전세보증금에 대한 가계의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0년 전세보증금은 평균 7496만원에 불과했다. 이랬던 전세보증금은 2011년 8328만원, 2012년 9241만원, 2013년 9603만원으로 계속 높아졌다. 2010∼2014년 5년 사이 전세보증금 증가율은 32%를 기록했다. 반면 전세를 살고 있는 가구의 연평균 소득 증가율은 그에 못 미쳤다. 올해 전세가구의 연평균 경상소득은 2010년 3910만원보다 800만원(2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세보증금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수준보다 더 빨라지면서 전세가구의 부채는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전세가구 중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비중은 2010년 12.3%였지만, 2014년엔 14.0%로 늘어났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 역시 3709만원에서 4566만원으로 23.1% 증가했다. 대출 중 전·월세 보증금 용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3.0%에서 37.1%로 1년 만에 4.1% 포인트나 커졌다.
대출이 늘어나면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도 커진다.
올해 부채를 가진 전세가구가 연간 지급하는 이자·상환액은 1051만원에 달했다. 2010년 754만원에서 4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전세금의 상승세가 여전히 가파르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전세금은 2009년 3월 이래 지난달까지 매달 상승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는 점점 심해지고 있어 전세금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전세의 월세 전환은 바꿔놓기 어려운 흐름으로 보인다”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연착륙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전세가구 소득 20% 느는 새 보증금 32% 뛰어
입력 2014-11-20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