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대 일부가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회 건물 점거를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홍콩 당국이 법원 명령에 따라 일부 시위 지역에서 강제해산 절차를 진행한 지 하루 만에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섬 애드미럴티 지역에 집결해 있던 시위대 일부는 19일 새벽 1시쯤 철제 바리케이드와 벽돌 등을 이용해 입법회 측면 출입구 유리문을 깨고 난입했다. 전날 밤 시위대 수십명은 주차장에 모여 입법회 진입·점거를 시도했었다. 경찰 100여명이 곧바로 출동해 난입한 시위대 진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른 시위대들이 입법회 주변으로 몰리면서 새벽 4시30분까지 수백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강제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는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노란 우산을 펴고 맞섰다.
경찰은 현장에서 입법회 진입 등을 시도한 시위대 6명을 연행했다. 18∼24세인 이들은 형사 집행을 방해하고 공권력에 위협적인 행위를 한 혐의가 적용됐다. 시위대의 입법회 강제진입 과정에서 경찰 3명이 부상했다고 경찰 당국은 밝혔다. 이날 예정된 입법회 상임위원회 회의는 모두 취소됐다.
입법회 습격 사건은 평화시위 지속 여부에 대한 홍콩 시위대 내부의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입법회 점거를 시도했던 쿠로로스 리는 SCMP에 “우리의 목적은 평화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시위 세력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라며 “그들은 정부에 협조적이며 일부는 자진해서 바리케이드를 철거했다”고 비난했다. 전날 애드미럴티 지역의 시틱타워 주변에서는 30여명의 법원 집행관이 바리케이드 등 시위 시설물을 철거한 바 있다. 하지만 시위 지도부 일원인 레스터 셤 홍콩전상학생연회 부비서장은 “보고 싶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고 유감을 표명한 뒤 “모든 시위 참가자들은 평화와 비폭력 원칙을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우산 접나 했더니… 홍콩 시위 다시 격화
입력 2014-11-20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