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어린이들입니다. 난민이 된 120여만명의 시리아 어린이들은 인접국가에서 노동이나 구걸을 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습니다.”(마우멘·14·레바논 거주 시리아 난민)
“제가 사는 마을의 여자아이들 중 40%가 18세도 되기 전에 결혼했어요. 조혼한 여아들은 출산 도중 사망하거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께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조혼에 대해 더 엄격한 태도를 갖도록 해 주세요.”(카니즈·14·여·방글라데시)
“아이티의 어린이 중 40%는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의료시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든요. 우리 집도 가장 가까운 보건소에서 10㎞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그마저도 차비가 없으면 갈 수 없습니다.”(줄리엔·16·아이티)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이 세계 각국 어린이의 편지 25통을 모아 발간한 ‘아동권리를 위한 외침’ 보고서의 일부다.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어린이날’이자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이 채택된 지 25주년을 맞는 날로, 월드비전은 이를 기념해 최근 보고서를 발간했다. 월드비전은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수많은 어린이들의 삶과 UNCRC 사이에 확연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1989년 11월 2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UNCRC에는 18세 미만 아동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기본 권리가 명시돼 있다. 이 협약은 성별, 국가, 종교와 관계없이 세계의 모든 어린이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게 원칙이다. UNCRC를 비준한 국가는 5년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케빈 젠킨스 월드비전 국제본부 총재는 보고서에서 “UNCRC는 각국 정부에 아동권리 규범을 제시한, 기념비적 협약이지만 지키지 않으면 그저 하나의 문서일 뿐”이라며 “협약 채택 이후 25년이 지났지만 과도한 노동과 성적 학대에 시달리고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동이 넘쳐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서가 아닌 현실에서 아동권리가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고서를 발간했다”면서 “월드비전은 유엔에서 내년에 마무리되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후속으로 채택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아동권리 문제가 우선적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어린이들이 작성한 편지로 구성된 보고서에는 아동의 열악한 실태가 잘 드러나 있다. 편지를 작성한 25명의 어린이들은 자국 정부와 유엔에 대해 아동권리를 위해 힘써 줄 것을 요청했다. 시에라리온의 알프레드(16)는 편지에서 조혼과 학업중단을 유발하는 여성할례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정부가 이를 법으로 엄금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알프레드는 “전통이란 미명 아래 시골지역 소녀 중 95%는 여성할례를 받고 있다”며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만이 많은 어린이들의 분노를 기쁨으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적었다.
우간다의 존슨(17)은 자국의 아동인권 실태를 고발하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존슨은 “우간다의 아동사망률이 증가하고 학교를 못 다니는 어린이들이 많은 이유는 공무원의 부정부패 때문”이라며 “보건소나 학교 등 어린이 관련 예산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 정부의 부정부패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전쟁·질병·배고픔·성적 학대… 어린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입력 2014-11-20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