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요계가 1990년대 가수들의 귀환으로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상반기 조성모, god를 시작으로 하반기엔 서태지를 비롯해 이적, 김동률에 최근 유희열까지 컴백 열기를 이어갔다.
컴백 이후 이들의 성적은 좋았다. 음원을 공개한 직후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를 점령했고 이슈몰이에도 성공했다. 19일 현재 주요 음원 차트 1위는 전날 0시에 공개한 유희열의 1인 프로젝트 ‘토이’의 노래가 점령하고 있다.
가요계에선 90년대 가수들의 컴백에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고 보고 있다. 90년대 감성은 그대로 갖고 가면서 10, 20대와 교감할 수 있는 장치를 넣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일색의 ‘보는 노래’에서 ‘듣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감성이 묻어나는 이들의 노래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9집 앨범으로 컴백한 서태지는 ‘장르’를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나왔다. 싱어송라이터 유희열의 원맨밴드인 ‘토이’의 7집 앨범 ‘다 카포(Da Capo)’는 객원 가수들의 보컬 스타일에 맞춘 레트로 풍으로 채웠다.
이처럼 자신의 색깔을 오롯이 담아냈지만 젊은 세대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서태지는 정규앨범을 공개하기 전에 ‘소격동’을 아이유 버전으로 먼저 선보였다. 이 노래는 지난 달 19일 SBS 가요프로그램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희열의 ‘다 카포’도 비슷하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젊은 세대와 거리감을 좁힌 이적, 성시경은 물론 힙합 대세인 빈지노와 악동뮤지션의 이수현까지 참여했다. 성시경이 부른 타이틀곡 ‘세 사람’은 공개 직후 10개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재결합도 컴백의 키워드였다. god(박준형 손호영 윤계상 데니안 김태우)는 15년 만에 뭉치면서 팬들에게는 세월을 되돌린 듯한 향수를 자극했다. 최근엔 신곡 ‘바람’을 내놓기도 했다. HOT 강타와 신화 신혜성, 이지훈으로 구성된 보컬그룹 S도 11년 만에 미니 음반을 냈다. 지난 4월 재결합을 선언한 그룹 버즈(민경훈, 손성희 윤우현 신준기 김예준)는 26일 컴백 앨범을 낸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컴백 가수들은 옛 팬들과의 교감과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두 가지 숙제가 있다”면서 “자신만의 노래를 내세우면서 젊은 가수와의 콜라보로 세대간 소통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젊은 팬 응답받은 1990년대 가수들
입력 2014-11-20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