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5600억 ‘예산안 기한내 처리’ 발목잡나

입력 2014-11-20 02:04
여야 의원들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누리과정(취학전 아동 교육비 지원) 예산편성 문제로 8일째 파행을 이어갔다. 상임위가 올스톱 상태여서 11일 남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준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쟁점 현안을 예산안 처리에 연계하다 결국 시한에 쫓겨 ‘날림 심사’로 이어지는 구태가 올해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협상은 정중동=여야는 19일 국회에서 ‘2+2 회동’(원내수석부대표+교문위 간사)을 열어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에 대한 절충에 나섰지만 서로 기존 입장만 고수해 합의에 실패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2조1545억원 전액을 국고에서 지원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반대가 완강해 내년 누리과정 확대 시행에 따른 추가 재원 5600억원만이라도 순증하자고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전액을 지방채로 충당하고 대신 이자에 대해서 정부가 보전하는 안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쟁점에 대한 입장차가 크지만 상당 부분 의견이 좁혀졌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전부 국가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그 과정에서 어떤 절차와 방식을 취하느냐를 두고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입장도 정리하고, 정부 측과도 협의해야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지방채로 발행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우리가 5600억원으로 많이 양보한 건데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모든 게 올스톱”이라고 말했다.

◇법정처리시한 발목 잡나=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구 계수조정소위)는 지난 16일부터 각 상임위가 올린 예비심사보고서를 토대로 최종심사에 돌입했다. 예결위는 일단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110개에 달하는 교문위 소관기관 예산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파행 직전까지 논의했던 내용을 참고해 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교문위 심사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정부안에 대한 정밀 심사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누리과정 외에도 친환경무상급식 1조5000억원, 방과후 돌봄교실 6600억원, 고교무상교육 지원사업 2422억원 등 2조4000억원가량의 추가 예산편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 정부안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순증 예산으로 여당이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관계자는 “파행 전까지 정부안의 절반 정도만 심사가 진행됐다”며 “여야 합의로 상임위가 다시 가동되더라도 심사할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준수를 놓고도 여야는 기싸움을 계속했다. 새누리당은 이달 말까지 예결위에서 의결이 안 될 경우 여당 단독으로 수정안을 내서라도 시한을 지키겠다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선진화법에서는 11월 30일이 되면 예결위의 예산심사권을 박탈하고 더 이상 예산심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내부에서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까지 예결위 심의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날치기로, 형식적인 법(국회선진화법)을 이유로 법안이나 예산안을 처리해서는 국민의 저항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