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진흥공단 前이사장 법인자금 3억원 빼먹어

입력 2014-11-20 03:10
국민체육진흥공단 고위 직원들이 법인자금을 빼내 멋대로 쓰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나랏돈 수억원이 명품 선물과 가족여행, 카드 빚 상환 등으로 새어나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경륜·경정·스포츠토토 사업 등을 운영하는 정부 산하기관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정모(69)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김모(53) 전 홍보비서실장과 김모(47) 전 상생경영팀장은 각각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횡령에 가담한 팀장급 직원 3명과 거래업체 관계자 13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정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법인자금 2억9000만원으로 지인과 유명 인사들에게 한우세트, 양주, 여성용 명품지갑 등 값비싼 선물을 돌렸다. 공단 규정에 따르면 홍보물품은 개당 3만원 이하여야 한다. 김 전 실장은 정 전 이사장의 횡령 사실을 덮기 위해 부하직원들에게 가짜 회계서류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는 각종 청탁 명목으로 부하직원과 납품업체로부터 1380만원을 받아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 전 팀장은 홍보물품 등을 납품하는 거래업체에 납품 단가나 수량을 부풀리게 해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3년 동안 1억1600만원을 빼돌렸다. 이와 별도로 납품 거래를 맺는 대가로 335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그는 이 돈으로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회식을 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고가 패딩 점퍼를 사줬다. 자신의 신용카드 대금도 갚았다.

경찰은 “김 전 팀장이 불법자금 일부를 정 전 이사장 등 상사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