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대 보이스피싱… 총책은 前 경찰간부

입력 2014-11-20 03:19

전직 경찰 간부를 총책으로 전 프로야구 선수와 광고모델 등이 포함된 400억원대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됐다.

광주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19일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 3곳에 속칭 ‘콜센터’를 설치한 뒤 저축은행 대출을 해준다고 속여 2000여명으로부터 4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자금관리책 A씨(39) 등 조직원 2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신원 파악과 조회 업무를 도와준 경찰관 B씨(41)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조직 총책으로 국외에 체류 중인 전직 경찰관 C씨(42)를 비롯한 조직원 21명을 지명수배했다. 전체 조직원이 100여명인 이들은 2011년부터 2013년 7월까지 중국과 필리핀 등의 콜센터에서 국내로 전화를 걸어 저축은행 직원으로 행세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A씨 등은 중국 해커로부터 저축은행 서버를 해킹해 대출을 거절당한 명단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입수한 뒤 당사자에게 전화해 “다시 심사해 보니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대출수수료, 인지대, 보증보험료 등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은 어눌한 중국인 등과 달리 완벽한 한국말 솜씨에 대부분 속아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저축은행 상담 담당직원들의 사진과 이름을 도용한 신분증을 위조해 피해자들에게 팩스로 보내주기도 했다.

검찰은 현재 파악된 피해금액은 40억여원이지만 범행일지와 환전금액 등을 감안하면 총 피해금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실제 압수한 이들의 통장에는 2만여명으로부터 400억여원이 입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직 경찰관 2∼3명 외에도 전 프로야구 선수, 광고모델, 연예인 매니저, 조직폭력배 등 다양한 출신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 형제 동서 등이 함께 범행에 가담한 경우도 있었다. 조직 총책인 C씨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모 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범죄 수사업무를 직접 담당했다.

C씨는 자신의 수사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2011년 초 조직을 처음 결성했다. 자금 관리는 자신의 친동생 A씨에게 맡겼다. 자신이 경찰관으로 근무할 당시 수사했던 피의자 3명(2명 구속기소) 등도 조직원으로 끌어들였다.

검찰은 달아난 C씨 등 조직원들에 대해 여권무효화 조치를 취하고, 가명을 써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콜센터 근무자 등 50여명을 인터폴 등 국제공조를 통해 추적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