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업체서 적극 입질 팬택, 기술유출 ‘제2 쌍용차’ 우려

입력 2014-11-20 02:15

법정관리 중인 팬택의 매각 입찰이 21일로 다가왔다. 현재로선 중국 인도 등 해외 업체가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팬택 브랜드를 통한 국내 시장 잠식은 물론 그동안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돼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팬택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21일 매각 입찰을 진행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입찰 3∼4일 후에 결정되고 이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2∼3월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팬택 매각 입찰은 원래 지난달에 계획됐었지만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국내외 기업 중 일부가 검토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 시간을 뒤로 미뤘다.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정도로 팬택이 무조건 사들일 만한 기업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정KPMG는 중국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업체명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직접 한국에 진출한 화웨이는 가능성이 낮고 ZTE, 쿨패드 등 중소업체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인도에서는 마이크로맥스가 예전부터 팬택에 관심을 보여 온 터라 입찰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마트폰 제조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외 업체들은 팬택의 축적된 노하우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팬택 브랜드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팬택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등록 특허 2613건, 해외 등록 특허 807건, 국내외 디자인 80건, 상표 466건에 대한 지적재산권 등록권리를 보유 중이다. 통신표준특허, 모바일 기기와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를 중심으로 꾸준히 출원을 해왔다.

때문에 팬택이 해외 업체로 넘어가면 국내 기술력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팬택 일각에서도 이런 이유로 해외 업체로의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매각을 통한 새출발 외에는 회사를 되살릴 길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만약 매각이 순조롭게 안 되면 팬택은 최악의 경우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다. 팬택 관계자는 “현재로선 매각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도 인수의향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지만 해외 업체만큼 적극적인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보유한 특허가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양과 질에서 우수하다고 보긴 힘들다”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라 팬택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제품 생산 및 공급을 중단했다. 이통사들은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팬택 제품의 출고가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 가장 최신 제품인 베가 아이언2는 78만3200원이던 출고가가 35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출고가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협의해 결정하지만 법정관리로 팬택 제품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자 이통사가 단독으로 가격을 내린 것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