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22대 임금 정조(1752∼1800)가 원손 시절부터 재위 22년(1798)까지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 등을 모아 만든 ‘정조어필한글편지첩’(사진) 전체가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18세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 3편을 현대어로 풀어 쓴 ‘소장자료총서’를 21일 발간한다고 19일 밝혔다. 대상 자료는 ‘정조어필한글편지첩’ ‘곤전어필’ ‘김씨부인한글상언’이다.
이 가운데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은 지금까지 전체 16점 가운데 3점의 편지만 알려졌으나 이번에 전체가 처음 공개된다. 현재 원문이 공개된 수백 점의 정조 편지들은 대부분 한문 편지이며, 한글 편지 중 실물이 남아 있는 것은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이 유일하다.
편지에는 “서릿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고자 합니다. 뵌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편지 보니 든든하고 반갑습니다.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 하니 기쁘옵니다. 원손”이라고 적었다.
‘곤전어필’은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가 전기소설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조카 김종선에게 우리말로 번역하게 한 다음 자신이 직접 한글로 옮겨 쓴 것으로 역시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 또 ‘김씨부인한글상언’은 서포 김만중의 딸이자 신임옥사 때 죽임을 당한 이이명의 처 김씨부인이 손자와 시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영조에게 올린 한글 탄원서이다.
한글박물관은 “조선후기 상류층에서도 한글이 활발하게 사용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정조어필한글편지첩’과 ‘김씨부인한글상언’은 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한글박물관은 총서 발간 관련 학술모임을 21일과 28일 개최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임금도 쓴 일상문자”… 정조의 한글 편지첩, 최초로 전문 공개
입력 2014-11-20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