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놀이터가 틀에 박혀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이 책은 놀라운 상상력으로 평지든, 언덕이든 그 지형을 살려서 안전하게, 그리고 신나게 놀 수 있도록 설계된 13개국 84곳의 놀이터를 소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의 ‘스톤스 스로우’는 거대한 돌을 하나의 놀이터로 탈바꿈시킨 아이디어가 놀랍다. 아이들은 돌 속에 팬 구멍 속에서 애벌레가 꼬물거리듯 뛰어논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그린 시프트’는 강가 산책로에 위치한 작은 정원을 놀이터로 꾸민 것인데, 정원에 꽃처럼 심은 선명한 녹색 공들이 아이들에게는 놀이기구, 어른에게는 앉아서 쉬는 의자 노릇을 한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에선 고장 난 풍력 발전기 날개가 놀이터의 놀이기구로 되살아나고,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버려진 채석장의 산업적 이미지를 놀이터로 재탄생시키면서 접목시켰다.
단지 기발한 것에 그쳤다면 놀이터를 소개하는 책으로서의 자격이 없었을 것이다. 놀이터란 아이들의 성장단계 뿐 아니라 혼자 놀게 할지, 어울려 놀게 할지, 신체를 움직이며 놀게 할지, 탐구하며 놀게 할 건지 등 목적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 땅의 형태와 주변 환경을 끌어안아야하고 무엇보다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설계된 전 세계의 감탄할만한 놀이터들이 여기 추천됐다. 책은 스페인의 건축 디자인 전문출판사인 링크스북스 대표 카를레스 브로토가 기획했다.
놀이터야말로 사회적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며 시대의 상상력이라는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 놀라운 상상력으로 안전하고 재미있게… 이런 놀이터 어때요?
입력 2014-11-21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