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 당국끼리 자사고 법정다툼 꼴사나울 따름

입력 2014-11-20 02:40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를 둘러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갈등이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게 됐다. 교육부는 18일 자사고 6곳을 지정취소한 시교육청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이에 맞서 시교육청은 서울 24개 자사고의 신입생 원서접수 기간(19∼21일)이 끝난 뒤 대법원에 직권취소 무효 확인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자사고 문제를 교육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의 손에 맡기게 된 것이다. 교육 당국의 소통부재와 무능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시교육청이 지난달 31일 6개 자사고를 지정취소하면서 격화됐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14개 자사고 가운데 자격이 미달된 8개교를 심사한 결과 면접 없이 추첨으로만 학생을 선발키로 한 2개교는 지정을 유예하고, 이를 거부한 6개교에 대해서는 지정을 취소한 것이다. 교육부는 즉각 시교육청이 새로운 평가지표를 추가해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고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교육부에 세 차례 자사고 지정취소 협의를 요청했지만 교육부가 번번이 이를 반려했다며 반박했다. 법에 규정된 협의 절차를 거부해 놓고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지정취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자사고 지정과 취소 권한은 전적으로 교육감에게 있고 교육부 장관은 협의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교육부와 시교육청 간 법정 다툼에서 교육부가 승소할 경우 6개 자사고는 2016학년도에도 계속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지만 반대로 시교육청이 이기면 6개교는 2016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전까지 교육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9일부터 시작된 자사고 원서접수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원 여부를 놓고 혼돈스러워하고 있다.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사고를 놓고 특정 집단·계층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진보 교육감과 보수 정권의 이념 대립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소모적인 논쟁과 월권 시비에서 벗어나 오로지 학생 입장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 당국의 소송전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소송불사를 외치기 전에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하루 빨리 만나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 당국과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의 대토론회를 여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백년대계의 큰 틀에서 자사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