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은 우리 사회의 인프라이면서 경제활동의 기반 역할을 한다. 전력 부족은 사회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경제적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비약적인 한국의 경제 발전도 충분한 에너지 공급에 기초했다. 에너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이라 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2011년 ‘9·15대정전’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제한적 블랙아웃 사태를 초래한 ‘9·15대정전’ 이후 정부는 2013년 2월 안정적인 전력예비율 확보를 위해 대안 에너지 및 화력발전 설비 증설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년)을 발표했다. 제6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3년 7.4%에 불과한 전력예비율을 2027년까지 22%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OECD 평균 전력예비율은 20∼30%다. 정부는 발전설비 노후화, 수요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전력예비율 수준을 통상적인 15% 수준보다 7% 포인트 높인 22%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부에서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빠진 신규 원전 4기(6000㎿)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한다는 입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전력수급계획의 한 축으로 삼은 것은 현재 상황을 고려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 상업성이 높지 않고, 신재생에너지의 경우에도 전반적인 에너지 수요를 따라잡기에 용이하지 않다. 과거와 다르게 여름철 냉방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인한 계절적 요인이 겨울철까지 확대되고 기후 변화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수요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가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원과 발전시설 확보는 국가 경쟁력 확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올해는 아직까지 전력 위기상황이 닥치지 않았지만 2011년 이후 우리나라는 매년 여름과 겨울철에 전력 위기를 맞아왔으며, 매년 에너지 수요 역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또한 산업계의 에너지 수요가 석유 중심에서 전기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그에 비례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총 23기이며,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발전소는 11기에 달한다. 에너지 수요에 따라 향후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최대 18기에 이르는 원전이 건설돼야 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에너지 수요에 대한 원자력의 장점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내는 것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원전 개발은 그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발전소 개발을 위해 장기적인 건설시간이 소요되므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계획적으로 건설이 진행돼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에너지 위기상황에서 적어도 현재까지는 원자력 에너지만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력 부족 문제는 에너지 절약운동 등으로 근근이 넘기면 되는 위기가 아니다. G20 국가인 우리나라가 블랙아웃 위기를 다시 맞게 된다면 이는 국가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에너지 위기의 쓰나미라도 덮치는 날이면 우리들의 삶은 존재가치가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에너지 수요의 불확실성에 탄력적으로 대응키 위해 원전 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국가 발전과 경쟁력 차원에서 제고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정치적 논리보다 효율적인 국가 경영이 우선 고려돼야 함은 물론이다. 차제에 원전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과 불안을 떨쳐내고 국가 발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의 원자력이 우리 삶의 중심에 존재하기를 기대한다.
장성호 배재대 정치학 교수
[기고-장성호] 원전 위기는 삶의 위기
입력 2014-11-2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