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법 때문일까? 오늘도 또 한 명의 영아가 버려진다. 월세를 내지 못해 옥탑방에서 쫓겨난 차돌(이장우)은 아르바이트 자리도 잘렸고 여관을 전전하다 결국 길거리에 나앉았다. 공원에서 어린 딸에게 분유를 먹이던 차돌은 갑자기 정체모를 남자들에게 둘러싸였고 이내 아이를 빼앗겨버렸다.
대낮에 아이를 강탈하도록 시킨 이는 바로 백장미(한선화)의 아버지인 만종(정보석)이다. 만종은 사람들을 시켜 차돌의 아이를 훔쳤고 이내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에 버렸다. 딸을 찾아 헤매던 차돌은 결국 길거리에서 실신하고 만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주말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윤재문 연출) 9회분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역경을 이겨내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가족애를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와 똑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오늘도 또 한 명의 아기가 버려지는 잔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6일에 1명꼴로 갓 태어난 아기가 유기(버려지고)되고 있다는 것. 자세히 살펴보면 2000년 153건이던 영아유기 사건은 2001년 166건, 2005년 142건이었다가 2006∼2010년 감소했다. 그러나 2011년 다시 늘어 127건에 달했다. 이어 2012년 139건, 2013년 225건으로 2000년 이후 최고 건수를 기록했다.
입양특례법이 가정법원 허가제로 바뀐 이후에 입양 성사 건수가 줄어들고 아기가 버려지는 기현상이 벌이진 것이다. 낙태반대운동연합과 성산생명윤리연구소,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상도로 숭실대학교 진리관에서 '국내 아동인권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를 갖고, 최근 급증하는 영아유기의 현황과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국내 아동의 위탁과 유기 실태'를 주제로 발제한 정영란 주사랑공동체 전도사는 개정된 법이 되레 영아유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정 전도사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2012년부터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유기됨을 알 수 있다"면서 "입양아동의 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춘 입양특례법으로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미혼모들의 영아유기 건수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정 전도사는 "미혼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한 달 양육비는 7만∼15만원 정도며 시설 입소기간은 3년으로 제한돼 있다"면서 "미혼모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제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시설 아동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을 직접 아동을 양육하는 미혼모에게 지급한다면 사회적 악순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된다면 아기를 직접 양육하는 미혼모가 더 증가할 것이고 아동 유기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성(강남대) 교수는 '국내 아동인권에 대한 향후 방향과 정책제언'을 통해 아동과 같은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약자에 대한 보호가 한시적 대책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아동 유기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아동 양육의 공공재화가 무엇보다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고 모성의 양육권 보장이 우선적으로 실현돼야 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유형의 대리 부모가 대안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베이비 박스를 없애는 것이 영아유기를 막을 수 있다는 일부 논리는 잘못된 것"이라며 "베이비 박스라는 보호 장치가 없어서 한 명의 영아라도 생명을 잃게 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용(예인법률사무소) 대표는 입양특례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권 변호사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대해 "기존의 입양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해 기존의 제도와 관습을 하루아침에 뒤집었다"며 "그 결과 해외는 물론 국내입양조차도 어렵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태아의 생명보다 여성 낙태의 자유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단체나 개인들이 입양특례법 개정을 주도했다"면서 "입양특례법을 다시 개정해 아이의 생명을 보존하고 키우는 생명존중의 문화를 다시 살려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아동 유기는 비성경적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라면서 "지원체계만 잘 마련되면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잘못된 법 때문 아기 유기 급증! 1.6일에 1명꼴 버려진다
입력 2014-11-21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