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프로골퍼 크리스티나 김(30)은 한국 팬들에게 애증의 존재다. 2004년 12월 제주에서 열린 한·일 국가대항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뒤 이듬해 9월에는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대항전 솔하임컵에서는 성조기를 달고 나왔다. 당시 미국의 우승을 이끈 뒤 환호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팬들은 배신감을 느꼈을 법하다. 유독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데다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의 법감정이 반영된 탓이다.
그 뒤 오랫동안 성적이 나지 않아 팬들에게 잊혀진 듯했던 그가 지난 17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9년 만에 우승컵을 다시 안아 화제다. 허리 부상과 그로 인한 슬럼프, 우울증, 그리고 마주 오는 차량을 들이받고 싶은 자살충동마저 극복한 뒤 이뤄낸 성과였다. 그가 자살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은 상대방 운전자에 대한 염려, 부모에 대한 걱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우승 뒤 “우승에 관계없이 나는 훌륭한 인생을 살았고, 이런 삶을 살아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특별한 세 사람의 포옹을 받았다. 남자친구이자 미셸 위의 캐디인 던컨 프렌치와 미셸 위, 그리고 오초아였다. 미셸 위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때 함께했고, 지금은 은퇴한 오초아는 LPGA 2부 투어 데뷔 동기였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즐감 스포츠] 재미동포를 바라보는 시각
입력 2014-11-20 02:20